로힝야족 난민, 국제기구 지원 감축 추진에 우려 목소리
WFP, 재원 부족에 지원액 줄이기로…"여성 등 심각한 고통 겪을 것"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방글라데시에 체류 중인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 난민이 자신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 감축 움직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드러냈다.
18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전날 기부 재원 부족으로 인해 다음 달부터 로힝야족 난민에 대한 인당 월 식량 쿠폰 지원액을 12달러(약 1만5천600원)에서 10달러(약 1만3천원)로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WFP는 재원 충당이 즉각 이뤄지지 않으면 식량 지원을 더 감축해야 한다며 "현재 부족한 자금은 약 1억2천500만달러(약 1천60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WFP는 로힝야족 어린이 8명 가운데 1명이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이며 임산부의 40%가 빈혈에 시달리고 있다며 난민 캠프의 안타까운 상황을 전했다.
WFP의 방침이 알려지자 로힝야족 난민들은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를 드러냈다. 캠프에 머무는 약 100만명의 로힝야족은 외부 구호에 전적으로 의존해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힝야족 지도자 사예둘라는 "로힝야족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며 "하지만 WFP의 이번 결정은 캠프에 인도주의적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도자 살리물라는 국제사회 지원 감축은 캠프 내 범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살리물라는 "테러, 인신매매, 마약밀매 등이 늘어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여성과 어린이가 가장 큰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힝야족은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에서 오랫동안 탄압을 받아왔다.
특히 2017년 8월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대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초소를 공격하자 미얀마군이 ARSA를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대규모 토벌에 나섰다.
군은 로힝야족 민간인을 학살하고 방화와 성폭행 등 반인도적 범죄를 저질렀다.
이에 로힝야족 약 75만명은 소탕 작전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급히 피신, 기존 로힝야족 난민이 주로 살던 콕스바자르에 정착했다.
피신하지 않은 로힝야족 상당수는 미얀마 내 라카인주 수용시설 등에서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열악한 상황에 처한 로힝야족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배를 타고 말레이시아 등으로 밀입국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바다를 떠돌다 사고를 당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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