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요금 인상 하반기로 밀리나…한전·가스공사 전전긍긍
한전 적자 30조·가스공사 미수금 9조 쌓여 인상 불가피
내년 4월 총선 의식해 하반기에도 요금 올리기 쉽지 않을 듯
"현재 구체적 움직임 없어…흩어진 정책 묶는 의견일치 정도"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서민 부담 최소화를 위해 에너지 요금의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언급함에 따라 당장 2분기에 전기·가스요금이 어떻게 조정될지 관심이 쏠린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036460]에 대한 취재를 종합하면 요금 인상과 관련해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무 부처인 산업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고민하고 있다. 공공요금 관련 예산을 관장하는 기재부(기획재정부)와도 계속 협의를 해야 한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전기료와 가스료는 이미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하고 있지 않으냐"며 대통령의 언급이 기존 정책 기조의 연장선이라고 해석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산업부와 한전, 가스공사 실무진은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착수하지 못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대책은 톱다운(하향식)으로 떨어지다 보니 밑에서 무엇을 하자고 제안할 분위기가 아니고, 리소스(재료)도 이미 고갈된 상황"이라며 "흩어진 정책을 묶을 필요가 있다는 컨센서스(의견일치) 정도만 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서민 부담이 최소화하도록 에너지 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의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직접 밝혔다.
대통령실은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요금을 상반기에 동결하겠다고 발표했고, 서울시와 인천시 등이 이런 정부 정책 기조에 호응해 대중교통 요금 등의 인상 결정을 하반기로 미루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표적인 에너지 요금인 전기·가스료의 인상은 하반기로 미루는 '조삼모사'(朝三暮四)식 대응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작년 말 기준 한전의 적자는 30조원,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9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창의융합대학장)는 "한전과 가스공사가 계속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중소기업이나 서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금융시장 왜곡의 여지가 더욱 커진다"며 "글로벌 에너지 위기 속에 에너지 절약이 필수인 상황에서 에너지 요금 동결은 자칫 소비자들의 이용 행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하반기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에너지 요금 인상에 나서기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한전은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13.1원 인상했다. 한전이 2026년 누적 적자 해소를 목표로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올해 연간 전기요금 인상 적정액(51.6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2분기에 적어도 이와 같은 수준의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가스요금은 올해 1분기 아예 동결됐다. 에너지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은 동절기인데다 에너지 요금이 한꺼번에 오르면 국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계절적으로 완연한 봄에 접어드는 2분기에는 가스요금이 상당 폭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말 가스공사는 2026년 경영 정상화를 위해 올해 한 해 가스요금을 메가줄(MJ)당 10.4원(2.6원씩 네 분기) 인상하는 방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작년 인상액(5.47원)의 1.9배로 오르는 셈이다.
하지만 이번 겨울 '난방비 폭탄' 이슈가 국가적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당장 2분기 요금 인상마저 확신할 수 없게 된 한전과 가스공사는 전전긍긍하며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정부의 에너지 요금 현실화 의지가 큰 상황을 고려하면 추가 대책이 인상 시기보다는 인상 폭 조절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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