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는 경기우려에…한은, 1년 반 만에 금리인상 멈추나
23일 금통위…전문가 "동결하고 인상효과 확인" vs "물가잡기 마지막 인상"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7%→1.5∼1.6% 하향 조정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박대한 민선희 기자 = 과연 한국은행이 지난 2021년 8월 이후 약 1년 반 동안 이어온 인상 기조를 깨고 23일 기준금리를 동결할지 시장과 경제주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 가운데 동결에 무게를 두는 쪽은 한국 경제가 이미 지난해 4분기 역(-) 성장한데다 갈수록 경기 지표도 나빠지는 만큼, 한은이 일단 금리를 유지하면서 이전 7연속 인상의 효과나 경기 충격 정도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여전히 5%가 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1.25%포인트(p)까지 벌어진 미국과의 금리 격차 등을 고려해 한은이 0.25%포인트 더 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았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은이 수출·소비 둔화 추세 등을 반영해 올해 경제 성장률 눈높이를 기존 1.7%에서 1.5∼1.6%까지 낮출 것으로 봤다.
◇ 동결론 "경기 침체에 부동산 경착륙 우려까지…3.50%가 최종"
19일 연합뉴스가 7명의 경제·금융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4명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2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앞서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2020년 3월 빅 컷(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을 포함해 같은 해 5월까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50%까지 낮췄고, 이후 무려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쳐 2021년 8월 마침내 15개월 만에 다시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만약 23일 동결이 결정되면, 큰 흐름에서 2021년 8월 이후 지난달까지 1년 5개월간 이어진 금리 인상 행진이 멈추는 셈이다. 기준금리 연속 인상 기록도 일곱 차례(작년 4·5·7·8·10·11월, 2023년 1월)로 마감된다.
전문가들이 최종 금리 3.50%에서 긴축 종결을 예상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는 불안한 경기 상황이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부동산 시장 경착륙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도 우려된다"며 "따라서 금통위원들도 추가 금리 인상이 물가를 낮추는 효과보다 경기와 금융시장을 해치는 부작용을 더 걱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수출이 부진한데 소비도 위축되는 등 전반적으로 경제가 좋지 않다"며 "한은이 일단 금리를 동결하고 미국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예하 키움증권[039490] 선임연구원 역시 "한은이 성장 둔화에 초점을 맞춰 금리를 동결한 뒤 그동안의 금리 인상 효과를 확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5.2%(전년동월대비)로 다시 올랐지만, 한은이나 정부의 올해 물가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1월 물가 상승이 공공요금 인상 등의 영향이 컸는데, 다른 부분은 좀 안정되는 분위기다. 전기·가스 요금 등 공공요금도 정부가 낮추겠다고 얘기했으니, 앞으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은 조금씩 낮아지고 (정책에서) 우선순위도 뒤로 밀릴 수 있다"며 동결을 점쳤다.
박 이코노미스트도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분은 이미 한은 등의 전망치에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 인상론 "물가 여전히 높고 미국 2회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비해야"
반대로 23일 0.25%포인트 추가 인상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대체로 아직 물가가 완전히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한은이 그나마 경기 침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봤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LG경영연구원)가 예상한 대로 물가 상승률이 작년 가을 정점을 찍었지만, 기대만큼 빨리 떨어지지 않고 1월 오히려 다시 반등했다"며 "한은으로서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부담스럽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무엇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미국이나 한국이나 생각보다 안 떨어지고 있다"며 인상을 예견했다.
미국의 통화 긴축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가능성도 한은 기준금리 인상 전망의 주요 배경으로 꼽혔다.
주 실장은 "미국의 물가나 경기지표를 보면 3월, 5월 두 차례 정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더 밟을 가능성이 있다"며 "따라서 한은도 한 번 정도는 따라가야 할 텐데, 이번에 동결하면 시장이 인상 종결 시그널(신호)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다시 올리기 힘들다. 결국 이번이 마지막 기회로, 3.75%에서 인상기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미국이 앞으로 두 번 정도 더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면, 한은도 이번에 한 번 더 0.25%포인트 올려놓고 지켜보는 게 안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일(현지시간)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4.25∼4.50%에서 4.50∼4.75%로 0.25%포인트 올렸고, 한국(3.50%)과 미국의 격차는 최대 1.25%포인트로 벌어졌다. 1.25%포인트는 2000년 10월 1.50%포인트 이후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이다.
더구나 제롬 파월 의장이 "두어 번(couple)의 금리 인상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미국의 기준금리는 최종적으로 5.25%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만약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3.50%)으로 유지하면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1.75%포인트로 커지고, 한국 경제는 상당 기간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화 절하(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 "수출·소비 부진에 재정 효과 기대도 어려워…성장률 1.5∼1.6%"
한은은 23일 기준금리뿐 아니라 수정 경제 전망도 내놓는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한은이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 1.5∼1.6%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1.7%(11월 전망치)보다 0.1∼0.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조 연구위원은 "우리(LG경영연구원)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4%인데,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한은이 1%대 중반 정도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작년 4분기 성장률(-0.4%)에서 이미 확인됐지만, 수출 부진이 지속되는 데다 내수까지 다시 꺾이는 흐름"이라며 "그나마 지난해 4분기에는 정부의 적극적 재정 지출이 추가 하락을 막았는데, 올해의 경우 예고대로 정부 재정 상당 부분이 상반기 조기 집행되면 하반기 성장률을 높여줄, 반전시킬 요인이 없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그는 기준금리 인상이 소비·투자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봤다.
정 소장과 안 연구원도 수출 둔화 등을 근거로 1.5∼1.6%를 예상했다.
김 교수는 "수출이 너무 좋지 않고, 에너지 가격은 여전히 높다. 중국의 리오프닝(경기활동 재개) 효과도 미지수"라며 "긍정적으로 봐야 1.5%, 하방 리스크(위험)를 크게 반영하면 1.2∼1.3%까지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박 이코노미스트는 "민간소비 하락 폭이 예상보다 크지만, 중국 경제의 리오프닝 효과와 하반기 반도체 경기 회복 등이 상쇄할 수 있다"며 1.7%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경우 당초 한은의 전망치(3.6%)가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공공요금 인상, 중국 리오프닝 등 물가 상방 요인과 유가 안정, 소비 둔화 등 물가 하방 요인을 모두 고려했을 때 전망을 크게 바꿀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shk999@yna.co.kr, pdhis959@yna.co.kr, ss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