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이번엔 반도체 패키지 점검…"투자에 흔들림 없어야"
삼성전자 천안·온양 사업장 방문…인재양성·미래기술투자 강조
광주·부산·대전·아산에 이어 현장경영 이어가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삼성전자 천안과 온양 사업장을 찾아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 경쟁력과 연구개발(R&D) 역량 등을 점검했다.
이달 7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사업장에서 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 패널 생산라인을 둘러본 지 10일 만에 다시 지방 사업장을 찾아 '미래 기술 투자'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이 회장은 이날 고대역폭 메모리(HBM), 웨이퍼 레벨 패키지(WLP) 등 첨단 패키지 기술이 적용된 천안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을 직접 살펴보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천안캠퍼스에서 열린 경영진 간담회에는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을 비롯해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등이 참석했다.
이어 온양캠퍼스에서는 패키지 기술 개발 부서 직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이들을 격려했다. 직원들은 이 회장에게 개발자의 자부심, 신기술 개발 목표, 애로사항 등을 설명하기도 했다.
'후공정'으로 불리는 반도체 패키지는 반도체를 전자기기에 맞는 형태로 제작하는 공정으로, 전기 신호가 흐르는 통로를 만들고 외형을 가공해 제품화하는 필수 단계다.
그동안 팹리스(설계)나 파운드리(생산) 등 전공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했으나,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체 간 '미세공정 경쟁'이 기술적인 난제와 고비용에 직면하고 주요 IT 업체들이 독자 칩을 개발하고 나서며 맞춤형 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는 첨단 패키지 역량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인공지능(AI), 5G, 전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성능·저전력 특성을 갖춘 반도체 패키지 기술이 요구되고 있으며, 10나노 미만 반도체 회로의 미세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첨단 패키지 기술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파운드리 선발 주자인 대만 TSMC는 방대한 후공정 생태계를 구축, 패키지 기술에서 삼성전자에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메모리뿐만 아니라 시스템반도체에서도 글로벌 1위로 도약하려면 패키지 기술 도약이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최근 이 회장이 방문한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우 중국 업체의 추격이 거센 만큼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을 갖춰 초격차를 유지하는 것이 과제로 꼽히고 있다.
반도체 패키지와 디스플레이 모두 삼성전자가 글로벌 전자산업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확대할 수 있느냐를 가늠할 중대한 기술적 변곡점에 있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거대한 내수시장과 국가적 지원을 받는 중화권 업체들과 경쟁하는 삼성전자로서는 한발 앞선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유일한 대응책"이라며 "이 회장이 '앞선 기술'을 조속히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와 인재 육성을 염두에 둔 행보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이례적으로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을 단기 차입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올해 반도체 업황 악화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로 반도체 투자 재원이 일시적으로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자 자회사 차입이라는 '비상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투자를 계획대로 하겠다는 취지다.
한편 이 회장은 취임 후 첫 행보로 광주 사업장을 방문한 데 이어 삼성전기[009150] 부산사업장, 삼성화재[000810] 유성연수원,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등 지역 사업장을 잇달아 찾아 사업 현황을 살피고 지역 중소업체와의 소통도 이어가고 있다.
hanajj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