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동부서 "러 연대 전멸"…대공세 강행에 美 "너무 한심"
러, 최근 1주일간 부흘레다르에서만 1천명 전사…장비 130대 손실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공략에 돌입한 러시아가 또 대규모 병력과 장비를 잃고 헛발질을 계속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대규모 공격 작전을 수행할 능력이 아예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거기다 러시아 정규군과 민간 용병단 '와그너 그룹'의 꼴사나운 권력 다툼까지 겉으로 불거지고 있다. 미국 고위 외교 관계자는 러시아의 동부전선 공략 작전을 향해 "너무 한심하다"고 일침을 놨다.
16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도네츠크주 부흘레다르 지역 우크라이나군 대변인은 러시아군이 최근 한 주 동안 이 지역에서만 탱크 36대를 포함, 기갑차량 130대를 손실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성과를 부풀렸을 가능성도 있지만, 드론의 현장 촬영 영상이 있을 뿐 아니라 독립 군사분석전문가는 물론 전쟁을 극렬히 지지해 온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조차 대체로 비슷한 분석을 하고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군 대변인은 또 이 지역에서 러시아 정예부대 제155 여단, 제40 해군 보병여단이 거의 몰살당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벤 월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부흘레다르에서 러시아 연대 전체가 사실상 전멸했다. 이틀 동안에만 1천명이 숨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영국 국방부 정보국도 러시아군이 부흘레다르에서 심각한 병력 손실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NYT는 침공 1주년인 2월 24일을 앞두고 러시아가 요충지 부흘레다르를 차지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작년 11월에도 이 지역 공략에 실패한 적이 있었다며 애초에 러시아가 이런 대규모 공격을 이어갈 능력이 있긴 한지 의구심이 증폭된다고 보도했다.
무엇보다 러시아군이 이번 부흘레다르 공략 작전에서 지난 1년 내내 저지른 것과 같은 실수를 또다시 저지르고 있다고 NYT는 진단했다. 작전 지역의 지형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데다, 상대인 우크라이나군을 얕잡아본 것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흘레다르를 공략하면서 러시아는 사지나 다름없는 사방이 뻥 뚫린 개활지의 지뢰밭에 아무런 대비 없이 탱크와 보병을 몰아넣는 오류를 범했다. 이런 탱크는 드론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러시아는 심지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격 일정을 홍보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군에 겁을 주려는 의도로 풀이되지만, 오히려 대비할 시간만 벌어준 꼴이 됐다.
그런데다 공략에 투입된 러시아군 장병 상당수는 작년 9월 내려진 부분 동원령으로 징집된 신병이어서 전투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도 참패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부흘레다르는 동부 도네츠크주 전선과 남부 자포리자주 전선이 교차하는 요충지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러시아군의 보급 철도망을 교란하는 거점으로 이 지역을 활용해왔다. 러시아가 대공세를 준비한다는 관측이 제기되자 서방은 부흘레다르와 바흐무트 등을 공세의 시작점으로 예상해왔다. 바흐무트와 부흘레다르는 약 100㎞ 떨어져 있다.
싸웠다 하면 패배하는 러시아에서는 내부 분열만 커지고 있다.
러시아 민간용병단 와그너그룹이 러시아 정규군을 상대로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와그너그룹 산하의 텔레그램 채널 '그레이존'은 부흘레다르에서 연전연패하는 정규군을 향해 "사령관들을 공개재판에 세워야 한다"며 "처벌하지 않으면 방임하게 된다"고 쏴붙였다.
NYT에 따르면 와그너 그룹은 또 다른 격전지인 바흐무트 공략을 주도하고 있다. 부흘레다르에선 정규군 주도로 공세가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봄철 대공세를 준비하는 러시아를 향해 거친 비판도 나왔다.
빅투리아 뉼런드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은 이날 러시아의 바흐무트 공세에 대해 "러시아가 새 공세를 선언했다. 너무나 한심하다(very pathetic)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뉼런드 차관은 "지난 1년간 (러시아인) 20만 명 이상이 전사하거나 다쳤다. 어떤 분야에서는 군사 장비 약 절반 이상을 잃었다. 가장 훌륭한 러시아인 100만명 이상이 고국을 떠났다"며 "러시아인들이 이런 공격을 지지할지가 흥미로운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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