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린고비' 中관광객 다시 밀물…동남아, '울며 겨자 먹기'
단체여행 방역규제 해제로 '저가 패키지여행' 재개
관광업 쑥대밭 된 터라 "없는 것보다 낫다" 일단 환영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중국인 단체 여행객들이 주요 관광대국에 다시 밀어닥칠 기세다.
이들 관광객 상당수가 현지에서 돈을 거의 쓰지 않아 민폐라는 불만이 크지만 고사 위기에 놓인 관광업을 회생시킬 마중물이라는 기대도 있다.
16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 여행사들은 당국이 지난 6일 20개국에 대한 단체여행을 허락함에 따라 패키지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들 상품은 가격이 매우 싸 많은 중국인이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된다.
예를 들어 베트남 다낭, 나짱 등을 돌아보는 닷새짜리 여행의 경우 평균 가격은 800만동(약 43만원) 정도다.
관광객들은 이와 별도로 하루 400만동 정도를 쓰지만, 소비는 여행사가 미리 지정한 업소에서만 이뤄진다.
소위 '제로달러 여행'으로 불리는 이런 폐쇄적이고 자린고비 같은 상품 때문에 관광대국들은 예전부터 불만이 많았다.
태국 푸껫의 파통비치부터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까지 동남아시아 명승지는 중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뤘지만 경기부양은 제한적이었다.
관광객 밀도가 높아져 불쾌감이 커지면서 여행지에 대한 매력을 떨어뜨려 오히려 피해라는 주장이 대세였다.
그러나 다수 관광대국들은 중국인 단체여행에 비호감을 내비치지만 일단 재개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기에 정체된 관광산업에 일단 숨통을 틔울 호재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유행에 지친 업계는 지속가능한 여행 산업을 위해 중국인 단체관광을 배척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류하기 시작했다.
대신 관광업체가 도산하고 실업률이 치솟자 일단 유휴시설을 돌리고 영업을 시작하는 게 우선이라는 견해가 힘을 얻었다.
폴 푸루앙칸 태평양아시아여행협회 사무총장은 "돈이 필요하다"며 "관광객이 돌아오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미얀마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쑥대밭이 된 관광업을 중국인 여행객으로라도 되살리려고 애를 쓰고 있다.
미얀마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2019년 140만명이던 것이 코로나19 유행과 함께 2020년 2만3천명으로 줄었다.
외국인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던 미얀마 관광업체의 절반 정도가 그 사이에 폐업했다.
미얀마 오리엔탈로즈 여행사의 산드라 쿄 전무는 "중국인 여행이 돈이 안 된다는 현지 우려가 있지만 사실 아예 없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있는 게 낫다"고 말했다.
베트남도 중국인 패키지 여행객들에게 적대적이지만 울며 겨자 먹기 행렬에 가세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코로나19 유행기에 다낭에 있는 호텔 30%가 문을 닫는 등 처절한 불황을 겪은 터라 당면과제는 여행객 유치이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들도 중국 여행객들의 주요 방문지였으나 동남아시아와는 상황이 다른 것으로 관측된다.
여행 자체에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까닭에 더 부유한 중국인들이 몰려들면서 명품 같은 고가 상품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영국 해로즈 백화점은 중국인 관광객들을 토대로 매출을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구찌 등 명품 브랜드 재고를 확충하고 나섰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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