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란과 전방위 협력강화 합의…대중동 영향력↑(종합)
라이시 방중 결과 담은 공동성명…"대이란 제재 전면 해제해야"
시진핑, 이란 방문 초청 수락…"편리한 시기에 가겠다"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과 대립 중인 중국과 이란이 베이징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 결과를 담은 공동성명을 통해 전면적 협력 강화를 국제사회에 알렸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양국은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방중 마지막 날인 16일 채택한 공동성명에 정치·군사·경제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협력 강화 방안을 담았다.
성명은 양국이 국방 당국 간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양국 군의 교류와 협력을 전개하며 합동 훈련과 인원 훈련 및 교육 규모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또 대테러 분야에서 상대방의 공헌을 인정하고 관련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경제 면에서 중국과 이란은 농업과 공업 및 광업, 경제·무역, 이란의 태양광 발전 능력 향상 등 영역에서의 협력 확대 및 강화에 뜻을 같이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이미 결정된 이란의 상하이협력기구(SCO) 가입을 환영했고, 이란은 중국의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확대 제안을 환영하며 자신들도 힘을 보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서방과 이란 간의 중대 안보 현안인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자국 입장을 철저히 이란 측 이해에 일치시키는 모습도 보였다.
성명은 "양측은 제재를 해제하고 대이란 경제 인센티브를 확보하는 것이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의 중요한 부분이며 모든 관련 제재를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전면 해제하고 JCPOA의 완전하고 효과적인 이행을 추동해야 함을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통상 핵 개발 의심을 받는 나라에 대한 비핵화 원칙으로 사용되는 '검증가능'이라는 표현을 이번 성명이 제재 해제의 수식어로 사용한 것은 이란의 입장을 중국이 그대로 수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란 핵합의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 등 6개국과 이란이 2015년 체결했다.
이란이 핵개발을 자제하는 대가로 미국, 유럽연합(EU), 유엔이 이란을 상대로 부과한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게 골자다.
그러나 이 합의는 2017년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하고 제재를 복원해 사실상 와해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집권한 뒤 복원을 위한 협상이 이뤄지고 있으나 교착 상태다.
반면 양측은 핵확산금지조약(NPT) 당사국 검토 회의가 이스라엘의 NPT 가입과 이스라엘 모든 핵시설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전면적인 감독 하에 두는 일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성명에서 밝혔다.
이와 함께 양측은 페르시아만 지역의 평화 정착이 세계 안보 및 에너지 수송에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은 국제 에너지 안보 유지 측면에서 이란이 맡고 있는 중요한 역할과 라이시 대통령의 선린 정책을 높이 평가했다. 이에 이란은 중동 안보 및 안정과 페르시아만 지역 국가 간 대화 촉진을 위한 중국 측 이니셔티브를 환영했다고 성명은 밝혔다.
또 중국은 지역 국가들이 단합과 협력을 강화하고 대화를 통해 이견을 해결하며 선린우호를 실현하는 것을 지지했고, 이란과 함께 지역의 평화, 안보, 안정을 공동으로 수호할 용의를 피력했다고 성명은 밝혔다.
아울러 두 나라는 타국 내정 불간섭 원칙을 재확인하고, 인권 옹호를 구실로 한 정치적 농간, 타국 내정 간섭, 분열 조장 등에 반대한다며 사실상 미국을 포함한 서방에 각을 세웠다.
또 라이시 대통령은 시 주석의 이란 국빈 방문을 요청했고, 시 주석은 이를 흔쾌히 수락하며, 편리한 시기에 이란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입장에서 이번 라이시의 방중을 통해 미국에 맞선 '자기 진영 다지기'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정찰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이라고 주장)' 문제로 대미 외교적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반미 코드를 공유하는 이란과의 협력을 강화한 것 자체가 미국을 견제하는 행보였던 것으로 외교가는 평가한다.
아울러 시 주석은 지난해 12월 이슬람 수니파 맹주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주변 산유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한 상황에서 시아파의 리더 국가인 이란과도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대중동 외교의 균형을 잡고, 중동에 대한 영향력을 전반적으로 강화하는 소득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은 시 주석의 작년 사우디 방문 때 발표된 중국·아랍 국가 간 공동성명에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영유권 분쟁 중인 3개 섬 문제와 관련해 UAE의 문제 해결 노력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생겼던 앙금도 어느 정도 해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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