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강진] 5층서 떨어진 8개월 '기적의 아기' 가족과 재회

입력 2023-02-16 10:29
수정 2023-02-16 11:31
[튀르키예 강진] 5층서 떨어진 8개월 '기적의 아기' 가족과 재회

지진 충격으로 건물 밖으로 튕겨 나가 목숨 건져

강진 직후 이웃이 발견…가족과 떨어져 병원서 치료받아

부모는 잔해 속에 갇혔다 구조된 뒤 아기 행방 수소문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튀르키예 강진으로 5층 높이 아파트에서 떨어졌으나 생존한 '기적의 아기'가 지진 발생 닷새 만에 가족과 극적으로 재회했다고 미국 CNN방송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남부 카흐라만마라슈에 사는 닐라이와 젱기즈 부부 슬하 세 자매 가운데 생후 8개월 된 막내딸 비르제는 지난 6일 새벽 강진으로 아파트 5층에서 튕겨 나갔다.

강한 충격에도 살아남은 비르제는 지진 발생 몇 분 후 건물 잔해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생각한 이웃에 의해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비르제는 구조된 후 5일간 병원 집중치료실에서 지냈다. 한쪽 다리는 부러졌고 두개골이 골절됐으며 뇌 안에 일부 출혈이 있었다.

당초 아기를 구조한 사람들은 누구 집 아기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그래서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이 가족을 찾을 수 있으려니 하고 아기의 사진을 공유했다.

한편 엄마인 닐라이와 아빠 젱기즈 등 가족들은 7층짜리 아파트 건물 잔해 속에서 비르제를 애타게 찾으면서도 그가 이미 숨졌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닐라이의 자매는 이웃 사람에게 아기 엄마와 아빠가 아직도 막내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 이웃은 "강진 첫날 잔해더미에서 아기가 끄집어내지는 것을 봤다. 지진 발생 30분쯤 뒤에 아기가 구조됐다"고 말했다.

소식을 전해들은 가족들은 마침내 소셜미디어 포스트를 통해 그 아기가 비르제임을 확인했다. 가족들은 비르제가 아다나시립병원에 있다는 것을 알고 부리나케 달려가 그리운 막내딸과 다시 만났다.

지진 발생 후 다른 가족들은 7층짜리 아파트 잔해더미에 갇혀 있었다. 엄마 닐라이는 14시간 만에 구조됐고 이어 네 살배기 큰딸 닐이, 그리고 마침내 아빠 젱기즈가 구조됐다.

엄마 닐라이는 "(비르제는) 창문에서 떨어졌기 때문에 살아남았다. 안 그랬으면 아기 침대를 둔 자리가 콘크리트 더미에 짓눌려져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비르제가 기적의 아기로 불린다고 그는 덧붙였다.

안타깝게도 둘째 딸 알린(2)은 지진 발생 후 나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닐라이는 "죽은 딸 때문에 너무 슬프다"면서도 "그래도 비르제의 상태가 호전되고 있어서 하루빨리 퇴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비르제를 치료하는 의료진도 아기가 회복되는 과정에 있다고 전했다.

이번 지진으로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4만1천200명 이상 숨진 가운데 지진 발생 후 여드레를 넘기면서 생존자 발견 소식은 점점 더 뜸해지고 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에 따르면 지진이 강타한 튀르키예 10개주에선 어린이 460만명이, 시리아에선 250만명이 각각 영향을 받았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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