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풍선 접근, 일부는 실수일수도"… 美당국자 '강풍' 변수 제기
WP, 복수의 미 당국자 인용 보도…"당초 괌 미군기지 감시용이었던 듯"
"의도치 않게 경로 이탈…북미로 날아간 뒤엔 美본토 정보수집 의도했을 수도"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중 관계를 얼어붙게 한 이른바 '중국 정찰풍선 사태'에 중국 측의 실수로 인한 우발적 요소가 개입됐을 가능성이 미 당국 일각에서 제기됐다.
괌 미군기지를 감시하려던 풍선이 이상기후 탓에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는 바람에 미국 본토까지 다가간 뒤에는 군사시설 정찰로 목적을 변경하면서 이번 사태를 초래했을 것이란 이야기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익명의 미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중국이 미 본토에 공중감시장비를 침투시킬 의도가 없었을 가능성을 분석가들이 검토하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당국자들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하이난에서 정찰풍선을 처음 띄웠을 때부터 미 당국이 관련 동향을 파악하고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고 말했다.
처음 하이난에서 이륙한 풍선은 미군의 서태평양 거점인 괌으로 향하는 경로에 안착하는 듯했으나, 대만과 필리핀을 넘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작스레 북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WP는 자체 분석 결과 이례적으로 강한 한랭전선이 지난달 하순 중국 북부와 한반도, 일본을 덮친 영향으로 제트기류 등의 움직임이 바뀌면서 풍선이 경로를 이탈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풀이했다.
탑재된 프로펠러와 방향타만으로는 기류를 거스를 수 없었기에 속수무책 떠밀려 갔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후 문제의 풍선은 태평양을 건너 지난달 28일 미국 알래스카주에 속한 베링해 알류샨 열도에 도착한 데 이어 캐나다를 지나 같은달 31일 미국 아이다호주 영공에 진입했다.
미 당국자들은 "이 풍선은 괌에서 수천 마일 떨어진 알래스카 알류샨 열도 위를 날다가 캐나다로 서서히 이동한 뒤 그곳에서 풍선을 미 본토로 밀어 넣는 강한 바람을 만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WP는 이러한 설명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긴장을 고조시킨 이번 사태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실수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과거에도 괌이나 하와이 등지에 정찰풍선을 날려 보낸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며칠에 걸친 장거리 비행을 통해 미국 본토에 풍선을 보내는 건 이례적이라고 미 당국자들은 말했다.
다만, 중국 측의 주장대로 문제의 풍선이 기상관측용일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미 정보기관과 군 당국의 분석이다.
괌으로 향하던 풍선의 경로가 갑작스럽게 바뀐 것이 의도적인지, 우연한 사고인지 분명하지 않으나 태평양 권역의 미국 군사시설 등을 감시하려는 목적이었던 것만은 확실하다는 것이다.
미 본토에 들어선 정찰풍선이 몬태나주의 민감한 핵시설 상공을 떠다닌 것도 우연이 아니라고 미 당국자들은 입을 모았다.
정찰풍선이 의도치 않게 북미로 날아가는 일이 벌어지자, 이를 오히려 미 본토에서 정보를 수집할 기회로 활용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미 당국은 풍선의 움직임을 이미 주시하고 있었고 설상가상으로 이달 1일 몬태나 상공에서 민간인에 목격돼 일반에까지 존재가 드러나면서 미 본토에 정찰풍선을 진입시킨다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결정은 정치·외교적으로 거센 역풍을 부르는 자충수가 됐다고 WP는 지적했다.
미 당국은 이달 4일 해당 풍선을 자국 동부 해상에서 격추하고 잔해를 수색 중이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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