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TV·라디오 방송에 국가안보 프로 편성 의무화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이 무료 TV·라디오 방송에 대해 국가안보 관련 주간 프로그램 편성을 의무화했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전날 중국의 국가 정체성과 국가보안법을 홍보하는 주간 프로그램의 방송을 의무화한 새로운 방송 허가 요건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재 3개의 무료 상업 TV 채널과 2개의 라디오 방송은 앞으로 매주 국가 교육, 국가 정체성, 국가보안법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30분 이상 방송해야 한다.
단 TV 방송국의 경우 해당 프로그램은 온전히 홍콩에서 제작된 것이 아니어도 된다고 규정했다.
이는 홍콩 바깥에서 제작된 국가 안보 프로그램이 방송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AFP 통신은 설명했다.
이와 함께 라디오 방송국은 영어 채널에서 영어 방송 시간을 현재의 최소 80%에서 55%로 줄일 수 있게 됐다.
광둥화(캔토니즈)와 함께 영어 사용이 주를 이뤘던 홍콩에서는 표준 중국어인 푸퉁화 교육과 관련 프로그램 제작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중도파 정당인 '신사유'의 틱치연 주석은 SCMP에 "요즘은 강매 전술이 먹히지 않으며 때로 역풍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홍콩 침례대 브루스 루이 교수는 "당국은 언론에 더 많은 선전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대신에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한 방식은 언론 조직의 신뢰성을 해칠 수 있으며 언론의 독립에 영향을 끼치는 잘못된 방식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전날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홍콩판 국가보안법을 올해 안, 늦어도 내년까지는 제정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 중진 친중 정치인이 현지 매체 기고를 통해 홍콩 정부가 지금 주력할 것은 경제 살리기이며, 이미 중국이 제정한 국가보안법이 있는 상황에서 별도의 홍콩판 국가보안법 제정은 시급한 게 아니라고 지적한 것에 반박한 것이다.
리 장관은 홍콩에는 여전히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도전들이 있다며 홍콩판 국가보안법 제정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 이후 중국 정부가 직접 제정한 홍콩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지금껏 230여 명이 관련 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그중 140여 명이 기소됐다. 국가보안법 위반 압박에 대부분의 시민 단체와 노조는 해산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별도의 국가보안법을 홍콩이 제정해 자신들이 만든 법에 담기지 않은 반역, 국가기밀 절도 등 다른 죄목을 담아야 한다고 밀어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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