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세계수출시장 점유율 여전히 2%대…주요국보다 부진 심각"
"중간재 위주 수출구조에 기인…반도체가 총수출 감소액 절반"
"국내 투자 위축으로 수출산업 기반 약화"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우리나라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이 2019년 2%대로 하락한 뒤 작년까지 여전히 3% 선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는 15일 강남구 코엑스에서 기자단 대상 '최근 수출 부진 원인 진단과 대응 방향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무협에 따르면 한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2018년 3.05%에서 2019년 2.85%로 떨어진 뒤 2020년 2.90%, 2021년 2.89%를 기록하며 3%대로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점유율은 전년 대비 0.06%포인트 더 하락하며 2.83%에 머물렀다.
정만기 무협 부회장은 "수출시장 점유율이 0.1%포인트 낮아지면 일자리는 14만개 감소한다"며 "글로벌 주요 국가 대부분이 공통으로 수출 부진을 겪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더 부진한 것이 문제"라고 평가했다.
주요 국가의 작년 4분기 수출 증가율을 살펴보면 한국은 전년 동기 대비 9.9% 감소해 중국(-6.9%), 일본(-4.6%), 독일(-1.9%) 등에 비해 하락 폭이 컸다.
미국과 이탈리아의 수출은 각각 8.2%와 3.3% 늘어 직전 분기 대비 증가 폭은 축소됐지만 플러스(+) 성장세를 유지했다.
무협은 우리나라가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등 중간재 위주 수출산업 구조를 갖추고 있어 글로벌 경기 악화의 타격을 크게 입었다고 분석했다.
중국과 베트남의 수출이 위축되면서 이들 국가를 통한 우리나라의 우회 수출도 줄어들어 작년 4분기 수출 감소액(175억달러) 중 중간재가 85.7%를 차지한 것이다.
특히 반도체는 올해 1월 수출액이 작년 동월보다 44.5% 줄면서 총수출 감소액의 절반(52.4%)을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액 감소 폭은 주요 수출국 중에서도 가장 컸다. 작년 11월 기준 반도체 수출 감소율은 일본이 10.2%, 대만이 3.9%로 한국(36.5%)보다 낮았다.
정 부회장은 "대만은 시스템반도체의 수출 비중이 75.4%에 달해 우리나라보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의 영향이 적었다"고 설명했다.
무협은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하락의 또 다른 원인으로 국내 투자 위축으로 인한 수출산업 기반 약화를 꼽았다.
2017년까지 국내 제조업체의 해외 투자 금액은 외국인의 국내 투자 금액 대비 2배가량 많은 수준이었지만 2021년 6배, 작년 1∼3분기 8.3배로 급격히 상승했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주 52시간제와 파견·대체근로 불법화, 비정규직 정규직화로 노동 경직성이 확대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면서 한국의 입지 매력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무협은 세계 경기가 상반기까지 하락세를 보이면서 올해 우리나라 수출이 4.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3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도 하반기 이후 메모리 시황이 개선되면서 단가가 회복돼 수출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정 부회장은 "현재 이자 부담도 어려운 수출 기업이 42%에 달하는 상황"이라며 "금리 인하 지원과 신용보증 확대, 정책자금 확대 등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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