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 된 바흐무트…러 공세 격화에 우크라'지킬까 말까' 딜레마

입력 2023-02-14 16:13
수정 2023-02-14 16:16
계륵 된 바흐무트…러 공세 격화에 우크라'지킬까 말까' 딜레마

전략적 중요성 낮지만 러 대공세 앞두고 포기하기도 곤란

"소모전 이어가다 러 병력손실 극대화한 뒤 철수할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 동부전선 최대 격전지인 바흐무트를 겨냥한 러시아군의 공세가 잦아들기는커녕 갈수록 가열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우크라이나군의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

바흐무트 자체의 전략적 중요성은 크지 않지만, 러시아가 '개전 1주년'에 맞춰 대공세를 펼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곳을 내줬다간 적의 기세를 더욱 높여주는 꼴이 될 수 있어서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몇 달간 여러 차례 도네츠크주(州) 바흐무트를 점령하려다 실패한 러시아군은 지난달 공세를 재개해 도시 주변을 포위하려 시도하고 있다.

시내로 이어지는 고속도로가 뻗어있는 북동쪽에서는 러시아 용병들이 진격 중이며, 남쪽에서는 바흐무트로 향하는 주요 도로상에 있는 마을인 이바니우스케에서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군의 바흐무트 진입을 막기 위한 관문인 차시우 야르 지역 주변에 참호를 파고 방어선을 구축한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은 결사항전을 다짐하는 모습이었다고 WSJ은 전했다.

마을 안으로 이어지는 길에서 취재진을 만난 병사들은 "우리 임무는 바흐무트를 빼앗기지 않게 하는 것이다"라면서 "여긴 우리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바흐무트 요새'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우크라이나군 일각에선 필요하다면 시가전을 벌일 준비가 됐다는 발언도 나온다.

바흐무트의 전황은 공세를 펼치는 러시아군의 손실이 훨씬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을 유기적으로 투사하는데 필요한 숙련병과 장비가 부족한 까닭에 머릿수를 앞세워 억지로 전선을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WSJ은 이 과정에서 러시아군이 심각한 인명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큰 희생이 뒤따르는 이런 소모전은 앞으로 이 전쟁이 어떤 양상을 보일지 미리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러시아군보다는 적다지만 우크라이나군 역시 적지 않은 손실을 보고 있다는 점이다.

자칫 바흐무트를 지키던 병력이 러시아군에 포위돼 무너진다면, 바흐무트 사수를 공언했던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국내외적 지지에 금이 갈 위험도 있다.

그런 까닭에 일각에선 전략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바흐무트에서 병사들이 죽어가게 해선 안 된다며 전략적 후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러시아가 대공세에 나설 조짐을 보이는 시점이란 점이 판단을 어렵게 하는 모양새다.



작년 9월 부분동원령을 내려 예비군 30만 명을 전력화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이 되는 이달 24일을 전후해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몇 주 사이 바흐무트는 물론 리만과 부흘레다르 등 우크라이나 동부전선 거의 전역에서 러시아군의 공세가 강화되었기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대공세가 이미 시작됐다고 보기도 한다.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주력전차와 장거리 미사일 등 지금껏 제공하지 않았던 무기를 대거 지원하기로 했지만, 실제로 우크라이나에 전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우크라이나는 최대한 버티며 러시아군의 피해를 극대화한 뒤 바흐무트에서 병력을 빼거나, 시가전을 감수하면서 서방의 무기 지원이 도착하길 기다리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우크라이나의 파블로 키릴렌코 도네츠크 주지사는 바흐무트 전역에 투입된 러시아군이 하루 수백 명씩 목숨을 잃고 있다면서 보급이 유지되는 한 우크라이나군은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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