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자녀' 취학 본격화 中 학교 포화상태…시설 확충 주저
수년 뒤 취학 아동 급감…시설 과잉 우려해 투자 소극적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둘째 자녀' 취학이 본격화된 중국의 일선 학교들이 포화 상태에 직면했으나 선뜻 시설 확충에 나서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14일 중국신문주간에 따르면 올해 중국 곳곳에서 학교 포화 상태 '경보'가 발령됐다.
이는 학생 수가 학교가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초과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적색경보는 취학 적령기 아동이 학생 모집 정원에 도달했거나 넘어선 경우에, 황색경보는 이보다 약간 못 미칠 때 발령된다.
광저우는 올해 관내 학교 수백 곳이 포화 상태에 달해 학생을 수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상황은 산둥성 지난, 쓰촨성 청두, 지린성 창춘, 장시성 난찬, 랴오닝성 다롄 등 주로 대도시에서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 현(縣)급 소규모 도시들도 교실 난을 겪고 있다.
광저우의 도심 지역인 하이저우구 교육국은 올해 17개 공립학교가 학생들을 수용할 수 없는 교실 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난사, 리완, 충화, 판위, 쩡청구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 경보가 발령됐다.
청두의 경우 진장, 룽취안이, 칭바이장, 신두, 솽류, 원장구에 경보가 내려졌다.
저장성 러칭시의 경우 20여 개 공립 초·중학교가 적색경보를 발령했고 일부 학교는 황색경보가 내려졌다.
인구 70만 명에 불과한 장시성 싱궈현도 초등학교 4곳과 중학교 3곳이 포화 상태에 직면했다.
교육 당국은 올해 신입생이 취학하는 9월 신학기가 되면 학교 포화 상태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현상은 농촌 젊은 층이 자녀를 데리고 대거 도시로 이주한 데다 두 자녀 허용 이후 일시적으로 신생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1980년대부터 인구 억제를 위해 '한 자녀 정책'을 펼치다가 출생률이 떨어지자 2016년 두 자녀 출산을 허용했고, 2021년 5월에는 세 자녀까지 낳을 수 있도록 했다.
두 자녀 허용 첫해(1천883만 명)와 2017년(1천765만 명)에 출생 인구가 급증했고, 이때 태어난 '둘째'들이 취학하기 시작하면서 교실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베이징은 교실 난 해소를 위해 작년 24개 학교를 신설해 학생 정원을 2만9천 명 늘리는 등 지난 5년간 시설 확충을 통해 정원을 18만 명 늘렸다.
그러나 많은 도시는 학교 시설과 교사 확충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신생아가 2016년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작년 중국의 신생아는 956만 명으로, 2016년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고 이런 감소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일선 유치원에서는 원생 감소가 두드러지고 있다.
5년 전 원생이 140명이었던 광시좡족자치구 룽셴의 한 유치원은 2020년 30명으로 급감했고 2018년 7개 학급을 운영했던 상하이의 한 유치원은 5년 만에 4개 학급만 남았다.
베이징 교육 서비스업체 선글로리교육연구소는 작년 보고서에서 원생 수 감소로 2030년이 되면 중국 유치원의 30∼50%가 폐업할 것으로 전망했다.
21세기교육연구원 슝빙치 원장은 "머지않아 학생 수가 감소, 시설과 교사 과잉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지방정부들이 학생 수용력을 늘리기 위한 조처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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