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카카오T에 과징금 257억…카카오T "행정소송 강구"(종합)
공정위 "은밀히 알고리즘 조작해 가맹 늘려"…60일 내 차별 시정명령
카카오T "사실보다 일부 택시 주장 따라 유감…가맹택시 노동강도 더 높아"
(서울·세종=연합뉴스) 김다혜 임성호 기자 = 택시 호출앱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자회사 가맹 택시인 '카카오T블루' 기사들에게 부당하게 승객 호출(콜)을 몰아줘 독과점 지위를 확대·강화했다는 공정거래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2019년부터 현재까지 카카오T 앱의 중형택시 일반호출 배차 알고리즘을 은밀하게 조작해 카카오T블루 가맹 택시를 우대한 행위(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지위 남용·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257억원(잠정)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카카오T 택시 호출 서비스는 승객이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는 '일반 호출'과 최대 3천원까지 수수료를 부담하는 '블루 호출'로 나뉜다.
비가맹 택시는 일반 호출만을, 카카오T블루는 일반과 블루 호출을 모두 수행하는데 압도적인 독과점 사업자인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택시를 늘리기 위해 일반 호출 때도 가맹 택시에 특혜를 줬다는 게 공정위 결정의 요지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2019년 3월부터 2020년 4월 중순까지 승객 위치까지 도착시간이 짧은 기사에게 승객 호출을 배차하는 로직(ETA 방식)을 운영했으나, 카카오T블루가 일정 시간(ex. 6분) 내에 있으면 더 가까이에 일반 택시가 있어도 카카오T블루를 우선 배차했다.
2020년 4월 중순부터는 인공지능(AI)이 추천하는 기사를 우선 배차하고 실패하면 ETA 방식을 적용하는 것으로 배차 로직을 바꿨는데, 이때 AI 추천은 배차 수락률이 40∼50% 이상인 기사들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수익성이 낮은 1㎞ 미만 단거리 배차에서 가맹 기사를 제외하거나 AI 추천 우선 배차에서 단거리 배차를 제외해 가맹 기사가 단거리 호출을 덜 받도록 했다.
유성욱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기사(평균 70∼80%)와 비가맹 기사(평균 10%)의 수락률에 원천적 차이가 있음을 사전에 인지하고 이를 의도적으로 이용했다"며 "수락률 조건으로 은밀히 배차 방식을 변경한 것은 기존에 시행하던 가맹 기사 우선 배차 방식에 관한 의혹이 택시 기사들·언론을 통해 제기됐고 내부적으로 공정위에 적발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이 카카오톡에서 '가맹기사에 우선 배차 하는 게 알려지면 공정위에 걸린대요', '너무 압도적으로 몰아주는 형태가 되면 말이 나올 수 있을텐데' 등의 대화를 나누고 AI 배차 도입 전 사전 테스트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
비가맹기사의 수락률이 낮은 것은 단순히 '목적지 표시에 따른 콜 골라잡기' 때문이 아니라 수락률 산정방식 등의 차이에 기인한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유 국장은 또 "수락률 기준 우선 배차는 통상 더 먼 거리에 있는 택시가 배차되므로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가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우대 배차를 활용했고 그 결과 경쟁이 제한됐다고 결론을 내렸다.
가맹 기사는 비가맹 기사보다 호출 수행 건수가 월평균 약 35∼321건 많고 운임 수입도 1.04∼2.21배 수준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택시 가맹 시장에서 카카오T블루의 시장 점유율은 2019년 말 14.2%(1천507대)에서 2020년 말 51.9%(1만8천889대), 2021년 말 73.7%(3만6천253대)로 급증했다. 반면 주요 경쟁 사업자의 가맹택시 수와 점유율은 감소했다.
카카오T블루 가맹본부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KM솔루션과 지분 26.8%를 보유한 DGT모빌리티이다.
네트워크 효과 등으로 택시 앱 호출 시장 내 카카오T의 점유율도 2019년 약 92.99%에서 2020년 94.23%, 2021년 약 94.46%로 증가했다.
카카오모빌리티로서는 가맹 택시가 많을수록 가맹 수수료 수익이 늘고 승객에 대한 유료 호출 서비스도 확대할 수 있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에 의결서를 받는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일반호출 알고리즘에서 차별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그 이행상황을 보고하라고 명령했다.
수락률에 기반한 배차를 하는 경우에는 수락률을 공정하게 산정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을 통해 특정 시장(일반 호출)의 지배력을 이용한 자사 우대를 통해 다른 시장(택시 가맹 서비스)으로 지배력을 전이해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 시장지배적지위 남용에 해당할 수 있음을 네이버쇼핑 건에 이어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일부 타사 가맹 택시의 서비스 이용을 제한했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도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공정위 심의 결과에 대해 행정소송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11페이지에 달하는 입장문을 내고 공정위 판단의 세부 항목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심의 과정에서 AI 배차 로직을 통한 승차 거부 해소 및 기사의 영업 기회 확대 효과가 확인됐음에도 결과에 반영되지 않았고, 택시 업계 영업 형태를 고려한 사실관계 판단보다 일부 택시 사업자 주장에 따라 제재 결정이 내려져 매우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는 배차 수락률 로직을 도입한 목적과 방식이 '가맹 택시 수입 보장을 위한 콜 몰아주기를 목적으로 은밀히 변경한 것'이라고 본 공정위 판단을 "무리한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잘 잡히는 택시를 배차하고, 배차 대기시간을 감소하는 등 승객 편의를 증대할 목적이며 알고리즘 변경이 있을 때마다 고지하지 않았다고 해서 특정 의도를 갖고 '몰래' 변경한 것이라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작년 4월에는 이례적으로 배차 시스템의 상세 내용을 전격 공개했으며,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는 배차 시스템의 소스 코드 전문을 검증해 로직에 가맹-비가맹 택시 간 차별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결과를 작년 9월 발표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또 "구조적 차이로 비가맹 택시가 가맹 택시와의 배차 수락률 차이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은 공정위의 오해"라며 "콜을 성실히 수행하는 기사라면 가맹 여부와 무관하게 AI 배차를 받기 위한 배차 수락률 기준을 달성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콜 몰아주기 덕에 가맹 택시가 일반 택시보다 더 많은 수익을 냈다는 판단에 대해서도 "가맹 택시 기사들이 운행 시간이 길고, 노동강도가 높게 더 열심히 운행한 결과"라며 "카카오T를 이용하는 비가맹 택시 기사의 평균 운임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향후 행정소송 제기를 포함해 공정위의 오해를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AI 배차 로직이 소비자 편익 증대라는 가치와 승객의 편익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성실한 택시 기사의 권익 보호를 위한 것임을 최선을 다해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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