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서방 샌드위치' 몰도바…산두 대통령 "러, 정부전복 계획"

입력 2023-02-14 08:48
수정 2023-02-14 17:01
'러-서방 샌드위치' 몰도바…산두 대통령 "러, 정부전복 계획"

"군사훈련 받은 위장세력 잠입 음모…몰도바 통제·유럽통합 저지 목적"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유럽 최빈국 몰도바의 마이아 산두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자국에 공작원을 침입시켜 정부 전복을 시도하려 했다고 규탄했다.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산두 대통령은 이날 언론 브리핑을 통해 러시아가 "군사훈련을 받고 사복으로 위장한 파괴 세력들로 하여금 폭력 행위를 하고 일부 정부 건물을 공격하거나 심지어 인질을 잡으려는 계획을 세웠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자국과 벨라루스,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국적자 등을 몰도바에 잠입시켜 반정부 시위를 조장하려 한 정황이 파악됐다는 것이다.

친유럽 성향으로 평가받는 그는 러시아의 목적이 "(몰도바의) 헌정질서를 전복시켜 합법적 권력을 러시아의 통제를 받는 불법적인 것으로 바꾸려는 것"이며 몰도바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작년 10∼12월 사이 몰도바 경찰과 정보당국이 여러 건의 조직적 폭력 유발 시도를 막아낸 바 있다면서 "우리나라에 폭력을 가져오려는 크렘린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두 대통령은 러시아의 몰도바 정부 전복 계획이 "여러 몰도바 내부세력, 특히 범죄집단들에 의존한다"면서 해외 도피 중인 자국 올리가르히(신흥재벌) 일란 쇼르와 블라디미르 플라호트니우치를 거명했다.

친러 성향 정치인이기도 한 쇼르의 지지자들은 실제로 작년 하순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로 몰도바를 들썩이게 한 바 있다.

산두 대통령은 러시아가 몰도바를 우크라이나 전쟁에 활용하려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번 언론 브리핑은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몰도바를 무너뜨리려는 러시아 정보기관의 계획을 사전에 입수했다고 밝힌 지 5일 만에 진행됐다.

러시아는 이와 관련해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독립한 몰도바는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이른바 '샌드위치' 신세가 되는 경우가 잦았던 나라다.

특히,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일부 지역을 장악한 상황에서 최근 친서방 정권이 들어서는 등 몰도바의 국내 사정이 우크라이나와 판박이인 터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이어 몰도바도 침공할 것이란 정보가 나돌기도 했다.

러시아는 몰도바 친러 분리주의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에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산두 대통령이 이끄는 몰도바 현 정부는 작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EU 가입을 신청하며 친서방 행보를 가속해 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3일 러시아의 몰도바 정부 전복 계획과 관련한 소식에 '깊은 우려'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계획의 진위를 미 당국이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확실히 러시아가 보여온 행동 범위를 벗어나는 것은 아니며, 우리는 절대적으로 몰도바 정부와 국민의 편에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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