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의회 '사법부 무력화' 입법 개시…대규모 시민 저항

입력 2023-02-13 21:52
이스라엘 의회 '사법부 무력화' 입법 개시…대규모 시민 저항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주도의 이스라엘 정부가 '사법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사법부 무력화 입법 절차에 착수하자 이에 저항하는 시민들이 13일(현지시간) 총파업을 결행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의 헌법·법률·사법위원회는 사법부 무력화 관련 법안 등을 표결 처리해 본회의로 이관했다.

이날 위원회를 통과한 첫 번째 법안은 이스라엘의 연성헌법인 '기본법'에 반하는 의회의 입법을 대법원이 사법심사를 통해 막지 못하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대법원이 사법심사를 통해 기본법에 반하는 입법을 무력화하려면 대법관 15명 전원이 동의해야 하며, 반대하는 대법관이 1명이라도 나올 경우 의회가 문제의 법안을 단순 과반 의결로 법제화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위원회가 처리한 두 번째 법안은 정부의 장관 임명을 대법원이 반대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른바 '데리 법'(Dery Law)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탈세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는 네타냐후의 측근인 아리예 데리 샤스당 대표의 장관직 복귀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다수의 힘으로 법안 처리를 밀어붙인 여당 의원들을 '파시스트', '반역자'로 부르거나 회의장 테이블 위로 뛰어 올라가 저항하다가 경비원들에 의해 회의장 밖으로 끌려 나갔다.

야당과 노동계가 정부의 사법개혁에 반발해 총파업을 선언한 가운데, 이날 의사당 밖에는 6만여 명의 시민이 모여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고 일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이 전했다.

총파업에 동조하는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도 반정부 시위에 가담했다.

텔아비브를 비롯한 다른 도시에서도 시위가 잇따랐고, 일부 시위대는 벤구리온 국제공항으로 가는 주요 도로를 차량으로 막기도 했다.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양질의 정부를 위한 운동'의 일리아드 샤라가는 "아무리 많은 사람이 시위해도 그들은 입법 절차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독재의 위험"이라고 비판했다.

반네타냐후 연정을 이끌었던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우리에게 소중하고 신성한 모든 것을 파괴하는 행위에 대해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스라엘 국민은 계속 거리로 나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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