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에 잇따른 괴비행체…중국 도발설부터 외계인 소행설까지
현재로선 '정체불명 UFO'…저고도 민항기 위협에 일단 격추
중국 정보수집 기기라면 미중갈등 추가악화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상공에 괴비행체가 나타나 격추되면서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미국 상공에서 중국 정찰풍선이 나타나 격추된 적이 있어 유사한 사례로 추정되지만 당국은 정체 확인에 신중한 태도다.
미군은 12일(현지시간)까지 사흘 동안 캐나다, 미국 알래스카주, 미시간주 등 3개 지역 상공에서 괴비행체를 격추했다.
세 물체 모두 쉽게 정체가 확인되는 비행체와 차별되는 이례적인 모양새나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 알래스카 비행체는 격추 때 풍선처럼 터지지 않고 산산조각이 났다고 국방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캐나다 당국자들에 따르면 11일 캐나다에 나타났다 격추된 물체는 원통 같은 모양새였다.
마지막으로 12일 미시간 휴런호 상공에 출현한 물체는 모양새가 일종의 풍선 같기는 했다는 게 미국 국방관리의 전언이다.
휴런호 상공에서 격추된 괴비행체는 11일 몬태나주에서 레이더에 잠시 잡혔다가 사라져 기기 오류 정도로 추정됐다.
그러나 이 물체는 12일 몬태나, 위스콘신, 미시간 등 3개주에서 다시 레이더에 포착돼 결국 격추됐다.
NYT는 미국 국방부와 정보기관이 이들 비행체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진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미국 당국자는 이들 물체의 비행 동력이 무엇인지조차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는 사이 미국에서는 고비행체의 정체, 발신처, 침투시킨 목적 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일단 괴비행체가 갑자기 줄줄이 나타난 원인을 두고는 설명의 실마리가 잡히고 있다.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이달 초 중국 정찰풍선이 미국 영공을 침투해 안보에 비상이 걸리자 레이더 감도를 크게 높였다.
그 때문에 그간 잘 포착되지 않던 비행체들이 속속 레이더에 걸려들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멜리사 댈턴 미국 국방부 차관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레이더 감도를 높이는 등 해당 고도를 더 세심하게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댈턴 차관보는 "이를 고려하면 우리가 지난주에 더 많은 물체를 포착한 이유가 최소한 부분적으로라도 설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물체를 누가 보냈느냐는 의문을 두고는 미국의 전략적 경쟁국들이 먼저 의심되는 분위기다.
일부 미국 관리들은 중국이나 다른 글로벌 강국이 미국의 탐지 능력을 시험하려고 비행체를 보낸다는 가설을 제시한다.
실제로 미국 정보기관이 작년에 발간한 UFO(미확인비행물체) 보고서에 따르면 설명되지 않은 사건 366건 가운데 163건은 나중에 풍선으로 확인됐다.
미국 국방부에서 2017년까지 UFO 프로그램을 운용한 정보관리인 루이스 엘리손도는 적성국들의 소행을 의심했다.
엘리손도는 "미국을 괴롭히려고 낮은 기술 수준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중국에 저비용 고효율이며 하늘을 더 많이 살필수록 그런 게 더 많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의 한 미국 고위관리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캐나다, 알래스카에서 격추된 물체가 화물을 적재한 작은 금속 풍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YT는 이번 괴비행체가 중국에서 온 것으로 확인된다면 정찰풍선에 이은 중대 도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중국의 정보수집 기구로 확인된다면 지뢰밭을 걷고 있는 미중관계의 추가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미국 관리들이 중국의 정찰기기라는 성급한 결론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정체불명 상태가 이어지는 까닭에 일각에서 외계인 방문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는 모습도 관측된다.
글렌 밴허크 NORAD 사령관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외계인 소행일 수 있느냐는 물음에 "현재로서는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익명 국방 당국자를 인용해 미군은 비행체가 외계에서 왔다는 어떤 증거도 확보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NYT 인터뷰에서도 미국 안보당국자들은 괴비행체가 외계인의 물체라는 어떤 종류의 가설도 불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괴비행체들을 서둘러 격추한 원인은 항공기 운항에 위험하다는 데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관리들은 휴런호 상공의 물체는 고도가 6㎞ 정도로 민항기들을 위협한 까닭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격추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이달 4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해안에서 미군기에 격추된 중국 정찰풍선의 고도는 18㎞ 정도였다.
캐나다, 미국 관리들에 따르면 나머지 괴비행체 2개도 중국 정찰풍선보다 낮은 고도에 있었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