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강진] 얼마나 강력했으면…지면 위 끝없는 균열, 협곡 생기기도
억지로 찢긴 종이처럼 지면 좌우로 어긋나
英연구진 "위성 관측 결과 300㎞ 걸쳐 최대 5∼6m 지면 움직여"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대지진이 휩쓸고 지나간 튀르키예 남동부 지면에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균열이 생겨난 사실이 알려져 눈길을 끈다.
현지시간으로 6일 새벽 4시 17분께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의 진앙과 가까운 카흐라만마라슈 주(州)의 소도시 테벡켈리 외곽에선 제방을 둘로 쪼개고 드넓은 농지로 뻗어나간 균열이 지평선 끝까지 이어져 있다.
균열 양쪽은 억지로 찢긴 종이처럼 모양이 좌우로 어긋났다.
이번 지진은 튀르키예가 자리 잡은 대륙판인 아나톨리아판과 아라비아판이 엇갈려 움직이면서 발생했는데, 이로 인해 두 대륙판이 만난 선을 따라 수백㎞ 길이의 균열이 생겨난 것이다.
10일 유럽연합(EU)의 센티널-1A 위성이 튀르키예 상공 700㎞ 고도에서 촬영한 튀르키예 일대의 위성사진은 이런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영국 지진·화산·지구조론 감시모델링 센터(Comet)의 팀 라이트 소장은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단층대를 따라) 지면이 최대 5∼6m까지 움직였다"고 말했다.
그는 "첫번째 지진으로 생긴 파열의 길이는 300㎞나 그 이상이고, 뒤따라 발생한 (규모 7.5 규모의) 두번째 지진은 다른 단층대에서 약 140㎞ 길이의 파열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지면 자체가 어긋난 탓에 균열이 사선으로 지나간 진앙 주변 고속도로는 포장이 산산조각 깨지고 거대한 낙석이 곳곳에 떨어져 차량 운행을 어렵게 하고 있다.
지면이 어긋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계곡을 방불케하는 지형이 생겨난 지역도 있다.
터키 남부 테페한 마을 인근에 있는 한 과수원에는 균열을 따라 지면이 무너져내리면서 거대한 협곡이 만들어졌다.
협곡 좌우로는 당장이라도 추가붕괴가 일어날 듯 금이 가 있고, 절벽 아래에는 지각이 통째로 움직인 탓인지 퇴적층을 받치고 있던 기반암이 산산이 부서져 널려 있는 모습이다.
주민 메흐메트 테미즈칸은 최근 로이터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처음 지진이 덮쳤을 때는 모두가 공황에 빠져 집에서 나가야 할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를 정도였다. 희망을 잃었었다. 날이 밝고 여기 벌어진 일을 보고서 우린 이곳이 진앙이 분명하다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되새겼다.
한편, 튀르키예 남동부와 시리아 서북부를 대지진이 강타한 지 일주일째인 12일 현재 양국의 사망자 수는 최소 3만3천179명으로 집계됐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자국 내 사망자 수가 2만9천605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으며, 시리아에서는 최소 3천574명이 숨지고, 5천276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자 수색이 진행 중인만큼 사망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시리아의 경우 내전으로 정확한 통계 작성이 어려운 탓에 실제 사상자 규모는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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