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나오는 재격돌 시나리오…러는 동부·우크라는 남부 집중
"푸틴, 3월까지 동부 장악 명령"…러, 바흐무트 공세 강화
우크라, 멜리토폴 탈환해 러시아군 동부와 남부로 갈라놓으려할 듯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올봄 대격돌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러시아는 동부 돈바스에, 우크라이나는 남부에 힘을 쏟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3월까지 돈바스 지역을 완전히 점령하라고 자국 군대에 명령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미 동부를 우크라이나 주요 거점을 공격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기 위해 전선의 병력 증강에 주력해 왔다.
러시아가 최근 동부 루한스크에 전차를 투입하고 보병부대를 전선에 배치하는 등 총공세 준비를 마쳤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러시아는 도네츠크 바흐무트에서 우크라이나군을 완전히 몰아내 동부 전선에서 상징적인 승리를 거두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돈바스 점령을 위한 핵심 거점으로 꼽히는 바흐무트에서는 작년 5월부터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바흐무트 점령을 위해 양면 공격 작전을 사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러시아가 바흐무트보다 북쪽에 있는 크레민나에서 아래로 병력을 보내는 동시에 남쪽에 있는 부흘레다르에서 위쪽으로 진격해 바흐무트를 방어 중인 우크라이나군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승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보급로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크레민나는 루한스크 남쪽과 북쪽을 잇는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교통 요지인데,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이곳을 공격하자 러시아군은 거센 반격에 나선 상태다.
러시아는 부흘레다르에 있는 우크라이나 기지 공격에도 나섰다. 이 기지는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가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림반도로 연결되는 유일한 철로에서 불과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다.
우크라이나 고위 관리는 서방의 정보와 상업용 위성 자료 등을 활용해 러시아군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드리 자호로드뉴크 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러시아군이 돈바스를 점령한 뒤에 '특별 군사작전' 종료를 발표하고 협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YT는 친러시아 세력이 2014년부터 장악한 일부 동부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진격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돈바스 지역에 속한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분리주의자들은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하자 독립 선언을 하고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수립을 선포했다.
군사 분석가들은 우크라이나는 남부 지역에서 반격의 기회를 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가 동부와 남부를 잇는 보급로인 멜리토폴을 탈환할 수 있다면 러시아군을 동부 돈바스와 남부 크림반도 양쪽으로 갈라 세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멜리토폴에는 주요 고속도로 2곳과 철도 노선이 지나가는데, 이는 현재 남부에 있는 러시아군의 중요한 보급로다.
우크라이나가 이 보급로를 차단하게 되면 헤르손 등 남부에 있는 러시아군은 크림반도를 통해 물자를 조달받아야 한다.
크림반도를 통한 보급로는 러시아군이 기피하는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사정권 안에 있을 뿐만 아니라 물류 보급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멜리토폴에 진격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군은 멜리토폴 주변에 깊숙한 참호를 촘촘히 구축했고 대전차망도 형성했다.
일각에서는 멜리토폴과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육로 공격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사 분석가와 전직 우크라이나 군사안보 관리들은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남부를 잇는 육로가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을 시도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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