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강진] "잊히지 않는 트라우마"…동일본 대지진의 뼈아픈 교훈

입력 2023-02-11 12:16
수정 2023-02-11 12:38
[튀르키예 강진] "잊히지 않는 트라우마"…동일본 대지진의 뼈아픈 교훈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사회 기반을 무너뜨릴 만큼 강력한 자연재해 뒤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나머지 세계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데 10년 후 이곳에는 무엇이 남을까.



AP 통신은 11일 지난 6일 튀르키예를 덮친 강진과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은 엄청난 심리적 집단 트라우마와 생명 손실, 물질적 파괴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연결돼 있다며 일본 도호쿠 모습에서 튀르키예 피해 지역의 향후 모습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튀르키예 규모 7.8 강진 사망자는 10일 현재 2만3천 명 이상으로 집계돼 동일본 대지진 사망자 수 1만8천400명을 넘어섰다.

동일본 대지진은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발생했다. 사상 최대 중 하나로 기록된 이 지진은 도호쿠 지역을 뒤흔들고 쓰나미를 일으켜 자동차와 주택, 빌딩을 휩쓸었고 이어 후쿠시마 원전 원자로 용융을 초래해 방사능 재앙으로 이어졌다.

지진 발생 전 작은 농장들로 둘러싸인 도시와 마을이 가득했고 많은 어선이 드나드는 항구로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선 중 하나로 꼽히던 도호쿠 지역은 많은 사람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의문을 품을 정도로 파괴됐다.

AP 통신은 이후 대대적인 재건 작업이 진행됐지만 동일본 대지진은 국민 의식과 사람들의 삶에 깊은 상처를 남겼으며, 이 정도 규모의 재난에는 결코 끝이라는 게 없다는 큰 교훈도 남겼다고 지적했다.

지진의 직접적인 사망자는 앞으로 수주 안에 줄어들겠지만 지진 관련 사망자는 계속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지진 후 관련 스트레스로 인한 심장질환이나 생활환경 저하 등으로 수천 명이 추가로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또 수천억 달러를 투입해 지진·쓰나미 잔해를 치우고 많은 도로와 건물을 다시 건설했지만 도호쿠 지역 곳곳에는 건물이 철거된 공터와 경작되지 않는 농장들이 있는 등 여전히 상처가 남아 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지진 피해 지역에서는 2011년 도호쿠에서처럼 건물 잔해에서 생존자와 희생자를 찾는 구조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 작업이 끝난 뒤에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의 외로운 수색은 오래 지속될 것이다.

도호쿠 전역에서 2천500여 명이 여전히 행방불명 상태이며 많은 사람이 지금도 아내와 남편, 자녀의 유해를 찾고 있다.

한 남자는 다이빙 자격증을 따서 수년째 매주 해안 바닷속으로 들어가 아내의 흔적을 찾고 있고, 사람들은 가끔 희생자들의 앨범, 옷과 다른 소지품 등을 발견하기도 한다.

재건 작업 또한 공평하지 않고 때로는 정부 무능과 사소한 다툼, 관료주의적 갈등 등으로 지루하고 고통스럽게 진행될 것이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50만여 명이 실향민이 됐으나 수만 명은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AP는 튀르키예 강진과 동일본 대지진의 가장 확실한 연관성은 대재앙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공감과 낯선 사람들이 피해자들을 돕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감사함이라고 전했다.

동일본 대지진에 튀르키예는 구조대 30명을 피해가 가장 컸던 시치가하마시에 보내 6개월간 수색구조 작업을 했다.

이제 시치가하마 주민들은 튀르키예의 도움을 잊지 않고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은 튀르키예 사람들을 돕기 위해 기부 캠페인에 나서고 있다.

테라사와 가오루 시치가하마 시장은 "그들은 생존자를 찾고 희생자를 가족에게 돌려주기 위해 지진 잔해 속을 누볐다"며 "우리는 지금도 그들에게 감사하고 있고 그 호의에 보답하기 위해 무엇이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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