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가 대신 갚은 전세금 1월에만 1천700억원…1년새 3배 늘었다

입력 2023-02-13 06:30
수정 2023-02-13 13:58
HUG가 대신 갚은 전세금 1월에만 1천700억원…1년새 3배 늘었다

바닥 드러내는 주택도시보증공사 곳간…대위변제액 6개월 연속 증가

혈세 투입해야 지속 가능…"보증가입 전세가율 더 낮춰야" 의견도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집주인이 돌려주지 못한 전세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대신 갚아주는 전세반환보증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을 취급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갚은 돈(대위변제액)은 올해 1월에만 1천700억원에 육박했다.

정부가 5월부터 전세보증금이 집값의 90% 넘는 주택은 보증보험 가입을 차단하기로 했지만, 집값 하락으로 올해 내내 '깡통주택'이 속출하면서 HUG의 연간 대위변제액이 2조원 안팎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HUG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준 전세금은 지난달 1천692억원(769건)이었다.

지난해 1월(523억원)과 비교해 1년 새 3.2배 급증했다.

보증보험에 가입한 주택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 HUG가 대신 갚고 집주인에게 청구한다.

지난해 7월 564억원이었던 대위변제액은 8월 833억원, 9월 951억원, 10월 1천87억원, 11월 1천309억원, 12월 1천551억원으로 6개월 연속 늘었다.

집값 하락에 따른 깡통전세와 '빌라왕'들의 전세사기로 작년 한 해 동안 HUG는 9천241억원을 대신 갚아줬다. 2021년보다 83% 급증했다.

신축 빌라 가격을 부풀린 뒤 전세보증금을 높게 받아 주택을 수백·수천 채 사들인 전세사기꾼은 이익을 취하고, 공기업이 위험을 떠안은 상황이다.

올해는 대신 갚아주는 전세금이 더 늘지 않고 1월 수준만 유지된다고 해도, 연간 대위변제액이 2조원 안팎으로 불어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HUG 곳간이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



지난 한 해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 규모는 1조1천731억원에 달했고 HUG는 9천241억원을 대신 돌려줬지만, 임대인에게 회수한 금액은 2천490억원(21%)에 불과했다. 7천억원가량 손실을 본 것이다.

대위변제금이 늘어나면서 HUG는 지난해 1천억원가량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HUG가 당기순손실을 낸 것은 2009년 이후 13년 만이다.

주택도시기금법상 HUG는 자기자본의 60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보증 발급이 가능한데, 지난해 12월 말 기준 보증배수는 54.4배까지 올라왔다.

정부는 건전한 전세 계약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HUG의 보증 여력을 확충하기로 했다.

보증보험 상품 가입이 중단되지 않도록 정부 출자를 통해 HUG 자본을 확충하고 보증 배수를 높일 계획이다. 국회에도 HUG의 보증 총액한도를 70배로 늘리는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혈세를 투입해 보증보험 제도를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 기준을 100%에서 90%로 낮추기로 했지만, 80% 이하로 더 낮추는 게 바람직하다"며 "그래야 집주인들이 전세금을 마음대로 못 올려 깡통전세를 예방하고, 세입자들은 위험 주택을 걸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이와 함께 세입자들이 전세 계약을 마친 상태에서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지 여부와 전세금을 얼마나 보호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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