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금 늘리고 자사주 소각하고…호실적 기업들 잇단 주주환원책

입력 2023-02-12 06:01
배당금 늘리고 자사주 소각하고…호실적 기업들 잇단 주주환원책

SK이노, 현물 배당 규모 3배로…㈜LG, 배당성향 69%로 확대

현대차, 연간 배당 주당 7천원 역대 최대…자사주 소각도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국내 기업의 작년 4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는 가운데 역대급 호실적을 낸 기업들을 중심으로 배당금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책이 속속 나오고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중시되는 가운데 주주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주가도 부양한다는 취지에서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096770]은 작년 결산 배당으로 보통주·우선주 1주당 SK이노베이션 자사주 0.033주의 현물 배당을 결정했다.

이는 배당 성향(지배주주 순이익 기준) 30% 수준으로, 1주당 자사주 0.011주를 지급한 2021년과 비교하면 3배로 늘어난 규모다.

SK이노베이션은 작년 상반기까지 이어졌던 고유가와 석유제품 수출 증가 등으로 연결 기준 작년 매출 78조569억원, 영업이익 3조9천989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LG는 주당 2천800원(보통주 기준)이던 연말 배당금을 200원 늘려 3천원(우선주 3천50원)으로 결정했다.

LG는 작년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65% 수준인 4천489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한 데 이어 이번에는 69%인 4천745억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낸 현대차그룹도 통 큰 주주환원책을 내놨다.



현대차는 기말 배당금을 전년(4천원)보다 50% 증가한 주당 6천원(보통주 기준)으로 책정했다. 이에 따라 2022년 연간 배당은 중간 배당 1천원을 포함해 역대 최대인 주당 7천원이 됐다. 배당금 총액은 1조5천725억원 규모다.

현대차는 이달 3일 주주가치 증대와 주주 신뢰도 향상을 위해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 중 발행 주식수의 1%에 해당하는 주식을 소각했다.

기아[000270]는 기말 배당금을 전년 대비 16.7% 높인 3천500원으로 책정해 주주가치를 높이고 이익을 환원하기로 했다. 향후 5년간 최대 2조5천억원 규모로 중장기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자사주 매입분의 50%를 소각해 주주가치를 높여 나갈 방침이다.

현대글로비스[086280]는 2022∼2024년 3개년간 주당 배당금을 전년도 기준 최소 5%에서 최대 50%까지 높이는 내용의 중장기 배당정책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2022년 기말 배당금은 전년보다 50% 증가한 주당 5천700원으로 책정됐다.



LS그룹 계열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유통업체 E1[017940]은 보통주 기준 전년(2천200원) 대비 63.6% 증가한 3천600원을 배당금으로 책정했다. E1은 지난해 LPG 제품 트레이딩 사업 호조 등으로 실적이 개선돼 직원들에게 기본급 1천500%의 성과급도 지급했다.

물류 운임 상승 등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연간 실적을 기록한 LX인터내셔널[001120]도 연말 배당금을 전년 대비 30.4% 증가한 1주당 3천원으로 책정했다. 총 배당 규모는 1천79억원이다. LX인터내셔널은 2020년 400원, 2021년 2천300원에 이어 작년 3천원으로 주당 배당금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풍산홀딩스[005810]도 발행 주식 수의 4%, 자기 주식 수의 50% 수준인 자사주 41만1천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자사주 소각은 시장에 유통되는 발행 주식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을 높이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보다 더 강력한 주주환원책으로 평가된다.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꼽히는 에쓰오일(S-OIL)은 아직 배당금을 책정하지 않았지만 2021년∼2022년 배당성향을 30% 이상으로 유지한다고 공시했던 것을 감안하면 작년 연간 잠정 순이익(2조1천68억원)의 30% 수준인 약 6천300억원이 연간 배당금 총액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간 배당(2천500원)을 제외하면 주당 4천원 안팎의 기말 배당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에쓰오일의 10일 종가(8만6천100원)를 고려하면 현재 시장가 기준으로 기말 배당 수익은 약 4∼5%, 중간 배당까지 포함하면 7% 안팎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수익 증가로 곳간을 채운 금융지주들도 적극적인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KB금융지주의 지난해 총주주환원율은 33%(현금배당성향 26%+자사주 3천억원 매입)로 2021년보다 7%포인트 높아졌다. 신한금융지주도 기말 배당금 2천65원(분기 배당 865원 포함)과 1천500억원어치의 자사주 취득·소각을 결정했다.

우리금융은 주당 1천130원의 배당(중간배당 150원+연말 배당 980원)을 하고, 총주주환원율 30% 수준을 매년 유지하기로 했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과 자사주 소각 정책은 작년 호실적에 대한 주주 환원이자 올해 실적에 대한 자신감"이라며 "자사주 소각은 주당순이익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1일 미국 등 선진국처럼 주식시장 상장사의 배당액 규모를 먼저 확인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배당 제도를 개편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상장사들은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 개정을 통해 배당 기준일을 변경, 이르면 2023년 결산 배당부터 개선된 절차를 적용하게 된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사의 배당 정책과 주주환원 정보에 대한 투자자의 접근성이 좋아지고 기업의 배당 결정이 시장에 반영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라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의 노력이 확대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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