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폐지 실수" 신임국방이 촉발한 獨 징병제 부활 논쟁

입력 2023-02-10 16:39
"2011년 폐지 실수" 신임국방이 촉발한 獨 징병제 부활 논쟁

英 가디언 "우크라전 한가운데서 독일내 징병제 부활 목소리 커져"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국가들의 안보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10여 년 전부터 징병제를 폐지한 독일에서 의무 복무 부활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달 취임한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신임 독일 국방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2011년에 징병제를 폐지한 것은 실수였다고 발언한 뒤 징병제 부활을 제안하는 정치인과 군 인사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독일 의회 군사위원회 위원인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 소속의 에바 회글 의원은 지난 8일 정부가 연방방위군의 병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정 형태의 의무 복무가 필요한지 여부를 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일간 아우그스부르거 알게마이네와의 인터뷰에서 "연방방위군에는 확실히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주문했다.

독일 해군 총감(참모총장) 얀 크리스티안 카크도 최근 노르웨이 모델에 따라 의무 복무를 부활시킬 것을 제안했다. 노르웨이 방식은 19세가 되면 남녀 모두 신체검사를 받고 그 가운데 매년 소수를 징집하는 방식이다.

1956년부터 2011년까지 독일 남성들은 18세가 되면 어떤 형태로든 군 복무를 할 의무가 있었고, 군 복무를 원치 않는 사람은 대신 병원 같은 사회기관이나 가정집에서 노인들을 돌보는 등의 대체복무를 할 수 있었다.

그러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축소된 군대의 병력 수요가 줄면서 2011년 앙겔라 메르켈 총리 정권에서 징병제 복무와 대체복무 모두가 중단됐다.

다만 국가가 남성을 군에 징집하는 것을 허용하는 조항은 여전히 독일 기본법(헌법)의 일부로 남아 있다.

최근에는 군 관계자들이 18만3천 명 규모의 연방방위군 병력을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병원 등의 사회기관들도 대체 복무자들이 채워줬던 돌봄 서비스 인력이 부족하다는 고충을 호소하면서 징병제 부활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은 쉬드도이체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징병제 부활의 이유로 군과 사회의 연결성 회복을 들었다.

그는 소방관과 경찰관 등에 대한 공격을 언급하며 "사람들은 자신들이 국가와 사회의 일부라는 인식을 잃어버린 것으로 보인다. 일정 기간의 (군) 복무는 그러한 인식에 대한 눈과 귀를 열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징병제 부활에 반대하는 견해도 만만찮다.

징병제 회의론자로 유명한 독일 뮌헨 연방방위군 대학의 카를로 마살라 국제정치학 교수는 "러시아는 우리를 상대로 다른 형태의 전쟁을 벌일 것"이라며 "대규모 군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수한 훈련을 받은 전문가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 정부도 징병제 부활 논쟁을 진화하려 발 빠르게 나섰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의 모든 노력은 고도의 전문적인 군대로서 연방방위군을 강화하는 데 집중돼야 한다"면서 징병제 부활 논쟁에 대해 "그것은 유령 같은 논쟁"이라고 비판했다.

스테펜 헤베스트릿 정부 대변인도 6일 관련 논쟁을 "무의미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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