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우크라에 전투기 줄까…"줘도 못쓴다" 난제 수두룩

입력 2023-02-10 16:24
수정 2023-02-10 18:00
서방, 우크라에 전투기 줄까…"줘도 못쓴다" 난제 수두룩

훈련기간 길고 활주로 등 지원시설도 안맞아

"현실적 선택지 영국 타이푼도 우크라엔 불필요"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럽을 찾아 전투기 지원을 재차 호소했으나 서방은 여전히 망설이는 분위기다.

미 뉴스위크는 9일(현지시간) 군사 전문가들과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전투기가 우크라이나에 전달되기까지 예상되는 여러 걸림돌을 분석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투기 지원이 현실화했을 때 우크라이나에 어떤 전투기를 투입할지부터가 관건이다.

영국은 8일 나토 표준 전투기 조종 훈련 제공을 약속하면서도 특정 전투기 지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의 F-16과 F-35, 영국의 타이푼, 영국의 그리펜, 프랑스의 라팔 등 전투기는 각각 최적화된 맞춤 훈련이 필요하다.

영국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에 최종적으로 어떤 항공기가 투입될지 알아야 공중 훈련을 실시할 수 있는 셈이다.

일단 전직 영국 정보군 소속 프랭크 레드위지는 F-35 스텔스 전투기는 "(영국도)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국방·안보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저스틴 브론크 또한 F-35B 지원은 "논의의 여지도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은 트랑슈1 타이푼이다.

이 전투기는 새로운 타이푼 모델 도입에 따라 단계적으로 운용이 중단되고 있는 타이푼 구모델로, 2년 안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이다.

그러나 브론크는 이 모델이 저고도 비행에 적합하지 않고 영국 측의 인력이 우크라이나에 투입돼 유지보수를 지원해야 해 정작 우크라이나의 요구에 맞아떨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첨단 전투기의 경우 조종 훈련에 최대 수개월이 소요된다는 점도 골칫거리다.

수낵 총리실은 지난달 말 전투기 조종을 배우는 데 "수개월이 걸린다"며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엔) 현실적이지 않다"고 언급한 바 있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도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타이푼을 조종하는 것은 "자전거를 타다 포뮬러원(F1) 경주용 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훈련 인력에 발맞춘 지상 근무 요원 배치와 공급망 마련, 정비 효율화, 운용 무기 파악 등에도 지난한 과정이 동반된다.

전직 공군 준장 앤드류 커티스는 "이 모든 것들이 준비되려면 수주, 또는 수개월이 걸린다"며 당장 전투기 지원이 결정된다고 해도 "6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위크는 타이푼이나 F-16 등 지원이 거론되고 있는 전투기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운용하기 적합하지 않다는 점도 짚었다.

브론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장거리 미사일에 격추되지 않을 빠른 전투기가 필요한데, 타이푼 등은 이를 충족하지 못한다.

브론크는 타이푼이 "비교적 매끄러운 활주로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으며 거친 표면에서의 단거리 착륙에 최적화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투기 지원은 서방 동맹국들의 단일대오에 큰 영향을 미칠 결정이라는 점도 무시하기 힘들다.

전투기는 러시아 영토를 직접 공격할 수 있어 확전 가능성을 이유로 서방이 줄곧 지원을 꺼려왔던 무기 가운데 하나다.

특히 타이푼 전투기 제작에는 여러 국가가 참여하기 때문에 협의가 필요하고, 동맹국의 동의도 얻어야 한다.

커티스는 "(전투기는) 아마 여전히 서방 국가들에 '레드 라인'(red line)일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의 심장까지 침투할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보일 수 있어 대부분의 서방 지도자들을 상당히 불편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acui7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