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과도한 부담"…주기적 지정제 4년만에 수술대(종합)
한국회계학회, 연구용역 결과 공개…'6+3' 완화 가닥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회계 개혁의 일환으로 도입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시행 4년여 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감사보수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등 기업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에 금융당국이 주기적 지정제 완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회계학회는 10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회계 개혁 제도 평가 및 개선 방안' 심포지엄을 열고 주기적 지정제 완화 필요성을 논의했다.
한국회계학회는 상장사협회의와 코스닥협회,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공동 발주한 연구 용역 결과를 이 자리에서 발표했으며, 금융당국은 학계 및 업계 의견 등을 종합해 조만간 최종안을 낼 예정이다.
주기적 지정제는 2018년 11월 시행된 개정 외부감사법(신외감법)에 따라 도입된 제도로, 기업이 6년 연속으로 감사인을 자유 선임하면 다음 3년 동안 금융당국으로부터 감사인을 지정받도록 하고 있다.
주기적 지정제 도입 이후 회계 투명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도 있지만, 감사 시간과 보수가 크게 늘었다는 기업들의 불만이 지속해서 제기됐다.
감사인의 과도한 자료 요구 등 불합리한 요청도 증가했다는 기업 토로도 이어졌다.
여기에 공정한 감사가 필요한 경우 금융당국이 직접 감사인을 지정하는 '직권 지정' 사유까지 늘어난 만큼 지정 감사인 선임 비중은 지난 2021년 기준 전체 상장사의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회계학회는 "감사인 선임 방식이 기본적으로 자유 선임 방식임을 고려하면 50%를 초과하는 지정 감사 비중을 완화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주기적 지정제의 자유 선임 기간을 현행 6년에서 9년으로 확대하거나, 지정 기간을 현행 3년에서 2년으로 축소하는 안을 제시했다.
현행 '6+3'은 지나친 측면이 있으니 '9+3'이나 '6+2'를 고려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직권 지정 사유도 현행 27개에서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지정 감사인들이 부적절하고 과도한 요청을 기업에 한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회사-감사인 갈등조정위원회' 설치를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회계학회는 현시점의 분석으로는 어느 대안이 가장 적절한지를 판단하기는 어려웠다며 대안별 편의성·시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연구 초안을 바탕으로 조만간 제도 개선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송병관 금융위 기업회계팀장은 "정부는 투자자 보호를 가장 중점에 두고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계업계 측을 중심으로 강력한 반발이 예상돼 최종안 도출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회계법인들은 주기적 지정제로 감사 품질과 투명성이 높아진 측면이 있는데 제도를 대폭 완화할 경우 본래 도입 취지를 살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회계 개혁이 대우조선해양[042660] 분식 회계 사건 이후 '감사 독립성 강화'를 위해 어렵게 도입된 제도이니만큼 현행 제도를 그대로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사 보수가 높아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간 회계법인들의 업무량 증가가 자연스럽게 보수에 반영된 결과라는 입장이다.
이에 비해 기업들은 정부에 아예 제도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금융위에 "주기적 지정제 도입으로 감사 품질이 떨어지고 기업 부담만 증가하는 부작용이 크다"며 제도 폐지를 공식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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