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만에 유화행보…내년 총통선거 전 친중여론 조성 시도

입력 2023-02-10 15:03
中, 대만에 유화행보…내년 총통선거 전 친중여론 조성 시도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이 대만과의 관계 개선 행보에 잇달아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우선 중국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간 하늘길 정상화를 위해 직항 노선이 다니는 본토 내 지역을 현행 4곳에서 16곳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양안의 직항지는 과거 대만 10곳과 중국 61곳 등 모두 71곳에 달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폭 축소되면서 베이징과 상하이, 청두, 샤먼 등 4곳만 남은 상태였다.

양안 교류 확대의 인프라 재건을 의미하는 이번 노선 확대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접은 중국 측에서 주도적으로 제안한 것으로, 대만도 호응하면서 성사됐다.

또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은 양안의 화약고로 불리는 대만 진먼다오(金門島)를 비무장지대로 만들자는 대만발 목소리에 대해 8일 "민의의 구체적 구현"이라며 "평화·발전·교류·협력하는 것은 양안 동포의 공통된 마음이고, 양안 동포의 공동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달 말 중국 해관총서(세관)는 63개 대만 기업을 수입 금지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대만 야당인 국민당 샤리옌 부주석의 8일 중국 방문을 받아들였다. 샤 부주석 방중 기간에 청년기업가 교류 행사 등 양안 교류·협력 행사들이 개최된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대만 지방선거에서 독립 성향인 집권 민진당이 참패한 뒤 12월 대만산 일부 품목 수입을 제한하고, 대중국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등 차이잉원 정권을 코너로 몰아넣으려는 모습을 한동안 보였다.

당시와 비교할 때 지금 중국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대만 측에 손을 내밀고 있는 형국이다.



관측통들은 우선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가 중국의 고려 사항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에 각을 세우고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해온 민진당의 집권 연장을 견제하는 한편, 여야 후보의 대중국 정책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려는 생각을 하고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민진당은 작년 지방선거에서 현장 및 시장 22석 중 5석을 얻는 데 그치며 14석을 가져간 국민당에 참패했다. 이후 중국발 위협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집권 연장이 쉽지 않다고 느낀 듯 보건 전문가인 천젠런을 신임 행정원장으로 내세우며 안보와 민생을 동시에 챙기려는 모습을 최근 보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민진당을 더 몰아세워 '안보 정국'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 내년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 집권 연장을 돕는 결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계산 하에 대만과의 관계를 당분간 원만하게 가져가려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와 동시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 균형을 취하는 것이 대만 경제와 안보에 이롭다'는 여론이 선거를 앞둔 대만 사회에 확산하도록 유도하려는 행보일 수 있어 보인다.

다만 이런 중국의 노력이 실질적인 양안 당국 간 대화와 같은 진전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중국 공산당 대만공작판공실 및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의 쑹타오 주임은 지난 5일 "대만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구현한 '92공식'에 공감하면 당국 간 협상도 재개될 수 있다"며 당국 간 대화 재개의 전제 조건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대만은 "현재 중국 공산당이 정의한 92공식은 대만 주권을 부정하려는 기도이기에 대만은 수용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보여 양측의 간극은 쉽게 좁혀지기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야당인 공화당이 장악한 미국 하원발로 친(親) 대만 입법과 케빈 매카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포함한 인원 왕래가 잇달아 추진되고 있다는 점도 양안 관계의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중국이 어느 시점엔가 자국 내 여론 때문에 대만에 대해 강경 노선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예상이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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