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오일' 5개 기업 작년 250조원 이익…횡재세·조사 압박 커져
미·영·프 거대 에너지 기업들 잇단 사상 최대 실적
"전쟁으로 횡재, 기후위기 대응 의지 없어" 비판도 비등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세계 주요 에너지기업들이 지난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덕에 막대한 이익을 냈으면서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투자는 등한시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8일(현지시간) BP·셰브론·엑손모빌·셸·토탈에너지 등 5개 기업이 지난해 거둔 이익을 합치면 1천993억달러(약 251조6천억원)에 이른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토탈에너지는 지난해 연간 조정 순이익이 역대 최대인 362억달러(45조7천억원)를 기록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갑절 수준이다.
앞서 지난달 27일 미국의 2위 석유기업 셰브런도 지난해 연간 조정 순이익이 365억달러(45조1천억원)를 기록해 전년의 2배가 넘는 실적을 올렸다고 밝혔다.
또 영국 석유업체 BP(277억달러)와 셸(399억달러), 미국 최대 석유기업 엑손모빌(557억달러) 등 다른 메이저 기업들도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했다.
석유기업들의 이런 실적 잔치를 바라보는 여론은 싸늘하다.
특히 이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가 급등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두는 동안, 고유가로 인한 고통은 전 세계 서민들이 짊어졌다는 점에서 이들의 '횡재'에 세금을 더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달 28일 셰브런의 실적 발표에 성명을 내고 이 회사가 휘발유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이 회사의 자사주 매입 계획으로 경영진과 소수의 부유한 주주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작년 11월 말 연설에서 "석유 기업들이 주유소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초과 이익에 대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며 횡재세로 불리는 새로운 과세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작년 10월 유럽연합(EU) 각료급 이사회인 교통·통신·에너지이사회는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응해 횡재세를 부과하는 방침에 합의했으며, 실제로 영국, 독일, 핀란드, 오스트리아 등이 과세 계획을 발표했다.
징세 요구에 더해 이들 기업의 투자에 관해 조사가 필요하다는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이들이 순익의 상당 부분을 주주 배당금으로 할애하고 석유·가스 관련 투자는 늘리면서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재생에너지 투자에는 인색하다는 이유에서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 매켄지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적으로 석유와 가스에 대한 자본 지출은 4천700억달러(593조원)에 달했다.
파리 기후협정에서 제시된 대로 지구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전 대비 1.5도로 막으려면 화석연료 투자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경고에도 메이저 석유회사들은 석유와 가스 자원 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고 CNN은 짚었다.
주주행동주의 그룹 '팔로우 디스'(Follow This)의 설립자 마크 밴 바알은 성명에서 "투자의 대부분이 화석 연료에 묶여 있고, 심지어 그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면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대폭 줄인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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