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도전 앞둔 바이든, 경제성과 집중하며 中에 강력 경고장

입력 2023-02-08 15:05
수정 2023-02-08 18:16
재선도전 앞둔 바이든, 경제성과 집중하며 中에 강력 경고장

일자리·실업률 등 일일이 열거하며 '중산층 경제론' 성과 부각

노조법·낙태권 입법 등 호소하며 지지층에 구애…재선 명분 다지기

국내 현안 집중하면서 외교·안보 비중은 축소…北 언급 2년째 '패스'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일을 마무리합시다(Let's finish the job)"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7일(현지시간) 국정연설은 지난 2년간 자신이 이룬 경제적인 성과를 종합적으로 망라하면서 재선 출마를 위한 명분을 다지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다.

특히 조만간 2024년 대선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보이는 바이든 대통령은 추가로 해야 할 일을 끝내야 한다면서 야당인 공화당에 협조를 구하는 동시에 자신이 더 해야 할 역할이 있다는 점도 간접적으로 시사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 1년(24일)을 앞두고 중국 정찰 풍선 사건으로 이른바 '벌룬 게이트'라는 말이 나오는 와중에 진행된 연설임에도 외교·안보 문제가 분량상 비교적 간략하게 언급된 것도 이번 정치 이벤트의 성격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만 중국 정찰풍선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으나 미국의 주권 침해에 대해서는 강도 높게 대응하겠다고 경고장을 날리며 강경대응을 천명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을 했다.



◇ 일자리·실업률·의료비 인하 등 각종 성과 열거

바이든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인프라법, 반도체지원법 등 입법 성과와 함께 일자리 창출 등 각종 경제 수치를 구체적으로 열거하면서 성과를 부각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한창때였던 2021년 1월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비틀거렸던 미국 경제가 자신의 리더십 속에서 더 강하게 회복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 50년내 최저치인 3.4% 실업률 ▲ 80만개의 제조업 일자리 포함해 1천200만개 일자리 창출 ▲ 1천만건의 신규 창업 신청 ▲ 고점 대비 갤런(약 3.78L) 당 1.5달러 내린 기름값 등을 거론했다.

그는 또 반도체 지원법과 관련, "미국을 위한 공급망은 미국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확실히 하고 있다"면서 지난 2년간 국내외 기업이 3천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발표했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추가로 건설 및 공장 노동자 1만명의 일자리가 추가로 생긴다는 점도 재차 거론했다.

최근 뉴욕 등을 방문하면서 이른바 '인프라 행보'를 해온 바이든 대통령은 인프라법으로 2만개의 건설 프로젝트에 지원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연방 인프라 프로젝트에는 미국산 자재만 사용하도록 하는 새 기준을 발표했다.

그는 "미국에서 만든 목재, 유리, 석고보드, 광섬유 케이블. 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의 도로, 다리, 고속도로는 미국산 제품으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IRA의 조치로 메디케어(노인 의료보험) 가입자의 경우 매달 인슐린 가격으로 35달러 이상을 내지 않게 됐다는 점 등 처방약값 인하 정책도 소개하면서 필요한 모든 사람이 매달 최대 35불만 내면 인슐린을 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또 건강보험개혁법(ACA·Affordable Care Act·일명 오바마케어)에 따른 혜택 조치도 2025년 종료되면서 보험 혜택 보장을 연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 억만장자 소득세 신설 촉구 ▲ 최소 20년간 메디케어 신탁펀드 연장 조치 ▲ 바이든표 소확행(소소하고 확실한 행복) 정책인 각종 수수료 인하 ▲ 코로나19 제한 조치에서 완전 탈피 등도 언급했다.

NBC 방송 분석에 따르면 약 73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경제 관련 발언이 8.4분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 인프라 5.3분 ▲ 경찰 관련 4.7분 ▲ 세금 관련 4.1분 ▲ 민주주의 3.7분 등이었다.



◇ 중산층 경제 비전 강조하며 지지층에 직접 메시지

바이든 대통령은 구체적인 수치를 일일이 제시해가며 자신의 중산층 재건 경제 계획이 실현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그는 이른바 '중산층은 넓어지고 취약층은 올라가는 경제(Economy from the bottom up and the middle out)'를 언급하면서 "나는 우리가 하는 일에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누구에게나 혜택이 돌아가는 경제를 만들고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대선에 출마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자리가 되돌아오고 자긍심이 되살아나고 있다"면서 자신의 경제 계획을 '미국 재건을 위한 블루칼라 청사진'이라고 말했다. 또 연설 도중에 노조 결성권리를 강조하면서 단결권보호법(PRO Act) 처리를 촉구하는 등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노동자에 구애를 보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 의회에서 ▲ 낙태권 보호 법안 ▲ 공격용 소총 완전금지법 ▲ 경찰 개혁법 등 진보 진영에서 요구하는 입법 처리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오늘 밤 변곡점에서 만났다"면서 "일부 세대들만 직면하는 이 순간에 우리가 내린 결정은 향후 수십년간 세계와 미국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20년 대선 출마 때 사용했던 "미국의 영혼은 강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동시에 연설에서 약 8번에 걸쳐 "일을 마무리합시다(Let's finish the job)"이라는 말을 하면서 재선을 통해 업무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8일에도 위스콘신주를 방문하고 경제 성과를 강조하는 등 재선을 염두에 둔 현장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 풍선 직접 언급 없으나 中에 강력 경고…러도 비판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재선 도전을 위한 명분 다지기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외교 등 국제 문제에 대한 언급은 중국과 우크라이나 문제가 다였다.

미국이 유일한 전략적 경쟁자로 꼽은 중국에 대해서는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겠다는데 초점을 맞추면서 동시에 미국의 주권 침해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정찰위성 문제는 직접 거론하지 않으면서도 "만약 중국이 우리의 주권을 위협할 경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할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했다"고 강경대응을 시사했다.

또 미국의 국익과 세계의 이익을 향상시킨다는 전제 하에서 중국과 협력할 수 있는 것은 협력하겠다면서도 미국 국익에 첨단 기술이 유출돼 중국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수출제한 조치 등도 분명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지난 1년간 전쟁에 대한 대응에서 성과를 냈다는 점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방침도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무엇을 얼마나 지원할지에 대한 내용은 연설에 담지 않았다.

개전 1년을 앞둔 우크라이나는 최근 전투기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는 공화당 지지자들을 위주로 무조건적인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느는 추세다.

이번 연설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북한 관련 언급은 없었다.

한국에 대한 발언도 없었다.

sol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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