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강진] '골든타임' 다돼간다…도착부터 구조까지 첩첩산중
잔해 속 빈 공간 필사적 수색…가스 누출 화재·누전 가능성도 '장애물'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튀르키예 대지진 현장에 현지는 물론 전세계에서 수색·구조 전문가들이 일제히 집결하고 있지만 이번 지진의 특성상 생존자 구조 작업이 난항일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상 1∼3일 정도로 추산되는 지진 피해 생존자의 '골든 타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다.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통신은 7일(현지시간) 지진 피해 현장에 투입된 구조 인력이 총 6만여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튀르키예군 장병 9천명뿐 아니라 65개국에서 파견한 해외 구조 전문 인력 3천200여명도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많은 인력이 현장에 도착하는 것부터 쉬운 일이 아니다.
진앙지 가지안테프에서 약 150㎞ 떨어진 샨르우르파 공항은 벌써 각지에서 몰려든 구조 인력과 지진 피해 가족을 찾아온 시민들로 북적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공항에 내린 구조 인력들은 지진 피해가 큰 지역에서 공항들이 운영을 멈췄다며 항공기 표를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비교적 규모가 작은 지방 공항들이 전세계의 구조 인력과 장비를 감당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샨르우르파 공항도 원래 항공편이 있을 때만 내부 시설을 가동하는 작은 공항이었다.
결국 육로를 주로 이용해야 하는데, 지진으로 주요 도로가 폐쇄된 곳이 많아 현장 도착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해외 파견 인력의 경우 장비를 수송할 트럭을 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현장에 도착한다 해도, 이미 붕괴가 시작된 건물에 진입해 피해자를 안전하게 구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지진 현장의 생존자 수색·구조 작업은 주로 잔해 속에 형성된 '빈 공간'을 수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책상·계단 밑이나 우연치 않게 형성된 구조물 밑 공간에 생존자가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참사 현장의 건물은 진입하는 것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스이스턴 대학교의 지진 관련 구조공학 전문가인 제롬 F. 하자르 교수는 NYT에 "이번 지진 피해 건물 상당수는 (내진 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경량철근콘크리트(LRC)나 혹은 수십 년 된 석조 건물로 보인다"며 추가 붕괴 우려를 전했다.
하자르 교수는 여기에 더해 대규모 여진이나 가스 누출로 인한 화재, 누전 가능성도 구조를 어렵게 하는 원인이라고 짚었다.
국제 재난 현장에서 15년 동안 구호 활동을 펼쳐온 인도네시아의 구조·수색 전문가 로디 코루아씨는 NYT에 지진 발생 후 생명 구조의 '골든 타임'이 통상 1∼3일이라고 밝혔다.
이번 지진은 현지시간으로 6일 오전 4시 처음 발생했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셈이다. 피해자 상당수는 잠을 자다 날벼락을 맞았다. 책상 밑이나 기둥 근처 등 그나마 안전한 곳까지조차 피하지 못해 피해가 커졌을 거라는 우려가 작지 않다.
무너진 건물 속에서 생존자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에는 다양한 변수가 작용할 수 있다.
호주의 도심 수색구조팀 조직 전문가인 데이비드 루이스씨는 "일부 생존자는 4일이 넘어간 이후에도 구조되는 경우가 있다"며 "기온, 식량·식수, 고립 방식 등 다양한 변수가 생존 여부에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일본 게이오대학교의 국제 응급관리 전문가인 오키타 요스케 교수는 "현장의 구조 전문가들이 얼마나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지는 이들이 얼마나 잘 조직되고 얼마나 일찍 도착하는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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