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前특사 "한반도 핵경쟁 가능성 우려…中, 北에 관여토록해야"
前북한정보담당관 "한미동맹 군사태세에 핵전쟁 가능성 포함 안 돼"
"北, 제한적 핵사용 가능성 높아"…尹 핵무장 언급엔 "對中 메시지"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조지프 디트라니 전 미국 국무부 대북협상특사는 7일(현지시간) 한반도의 핵 경쟁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며 북한을 억지하기 위해 중국의 행동을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트라니 전 특사는 이날 워싱턴타임스 재단 주최 웨비나에서 "우리 모두는 북한의 안보 위협을 우려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우려가 제기되고 있고, 한미국방장관 회담이 확장억제 강화를 논의한 데에는 이 같은 배경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한국 내에서 확산하고 있는 자체 핵무장론을 거론, "한국이 핵무기로 향하고 있다"며 "우리는 역내 핵 경쟁 가능성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핵확산 금지 조약 때문만이 아니라, 경제적 영향 때문에라도 확산 금지가 필요하다"며 한국이 핵 보유로 향할 경우 자체 경제 뿐 아니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세계 경제와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했다.
디트라니 전 특사는 "이를 비롯해 너무나 많은 이유로 한국은 핵을 보유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방관자처럼 있어서는 안 된다. 중국이 북한의 긴장 고조 행위를 막는 데에 더 관여하도록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정보담당관을 지낸 마커스 갈로스카스는 이날 웨비나에서 "한반도와 아시아에서 억제의 개념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중국의 대만 해협 침공 위협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미국이 동시다발적인 도전에 마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핵과 함께 정밀한 재래식 무기를 더 많이 개발할수록 정권 종말로 직결되지 않는다고 믿는 도발의 수위 역시 높아질 것"이라며 "앞으로 몇 년간 이 같은 움직임을 보게 될 것이며, 북한은 더 많은 옵션을 개발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현재 한미동맹은 북한 억제에만 전적인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중국의 억제를 위해서는 어떤 정치 군사적 행동도 취하고 있지 않다"며 "일반적으로 중국과 북한에 대한 억제를 별개로 다루는 경향이 있지만, 이제는 중국과 갈등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억제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동맹을 포함한 전략 자산의 통합 필요성을 주장했다.
갈로스카스는 또 "현재 한미동맹 군사 태세는 북한에 대한 모든 범위의 확장억제를 포함해 설계되지 않았고, 핵전쟁 가능성도 포함하지 않았다"며 일부 보완 필요성을 지적했다.
그는 특히 "북한은 핵전쟁 시 살아남을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매우 제한된 형태로 핵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중국을 포함해 모두를 딜레마로 빠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독자 핵무장 가능성을 거론한 것에 대해선 "한국 내에서 독자 핵무장 여론이 힘을 얻고 있고, 국내적 이유로 이를 언급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 메시지는 또한 중국을 향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핵무장을 한 한국은 중국 입장에서 실질적 충격이며, 이런 차원에서 중국에 북한의 핵 개발을 지속해서 묵인하고 뒷받침할 경우 어떤 결과가 올 수 있는지에 대한 내포된 메시지의 성격도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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