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스핀구름' 응축 통해 새 양자물질 최초 발견
극저온 실리콘 금속에서 '보스·아인슈타인 응축' 특성 확인…7년간 연구·실험
고온 초전도체 특성 이해에 도움…"센서·양자컴퓨터 큐비트 활용 가능"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국내 연구팀이 극저온에서 나타나는 특성인 '스핀 구름'을 응축하면 새로운 양자 물질이 나타나는 현상을 처음 규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임현식 동국대학교 교수 공동연구팀이 극저온 실리콘 금속에서 스핀 구름이 응축하는 현상을 통해 '보스·아인슈타인 응축' 상태를 만드는 것을 발견했다고 7일 밝혔다.
스핀 구름은 금속과 반도체 물질의 온도를 떨어트리면 내부 불순물이 만드는 자성을 주위 자유전자가 구름처럼 모여 가리는 현상이다.
자기부상열차나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등에 활용 가능한 고온 초전도 현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극저온 상태를 만들고 측정해야 하는 등 실험에 제약이 커 1930년대 처음 예측됐음에도 2020년에야 그 존재가 처음 입증됐다.
연구팀은 기체의 온도를 낮추면 기체 입자가 움직임을 잃고 모이면서 액체로 응축하는 것처럼, 실리콘 금속의 온도를 절대영도(OK, 영하 273.15℃)에 가까운 극저온으로 낮춰 스핀 구름을 응축하는 상황을 만들면 나타나는 물질의 특성이 보스·아인슈타인 응축 상태인 것을 분광학과 전기 전도도 측정을 통해 밝혀냈다.
보스·아인슈타인 응축은 극저온에서 보손 입자가 서로 응축되면서 양자역학적 특성을 가진 단일체처럼 보이는 상태다. 고체, 액체, 기체, 플라스마와 다른 제5 상태로도 불린다.
보손 입자는 자성을 만드는 물체의 고유 물리량인 스핀이 0 또는 정수인 입자를 뜻하는데, 스핀 구름은 자성이 상쇄돼 스핀이 0인 준입자로 볼 수 있어 보스·아인슈타인 응축이 적용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2015년 양자컴퓨터 소자 연구를 하던 중 실리콘에 인 불순물을 섞은 실리콘 금속에서 그동안 보이지 않던 새로운 신호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하고 7년간 연구와 실험을 진행해 이런 현상을 규명해냈다.
이번 연구는 금속과 반도체에서 스핀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고온 초전도체 등 스핀 구름 현상이 나타나는 물질 연구에 도움을 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연구팀은 순수 금속에서도 스핀 구름 농도를 조절하면 어떤 특성을 보이는지를 관찰해 스핀 구름의 특성을 추가 연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 교수는 전날 세종시 과기정통부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굉장히 낮은 온도에서 전기전도도가 변한다는 것은 특정 분야에서 온도 센서나 자기장 센서로 쓸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스핀 구름 자체가 하나의 양자 얽힘에 의한 독립적 상태인 만큼 제어할 수 있다면 양자컴퓨터 큐비트(양자컴퓨터의 연산 단위)로도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 물리학과 김은규·신상진 교수와 정연욱 성균관대 나노기술과학과 교수가 공동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이날 물리학 분야 최고 권위 국제학술지 중 하나인 '네이처 피직스'에 실렸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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