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정치역량 있나…'바이든 러닝메이트' 자리 놓고 갸우뚱

입력 2023-02-06 15:30
해리스, 정치역량 있나…'바이든 러닝메이트' 자리 놓고 갸우뚱

美민주 "성과 없다" 부정적 기류…카리스마·준비성 부족 평가

전임 부통령들보다 지지율도 낮아…당내 잠룡들 '호시탐탐'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러닝메이트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다시금 나설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민주당 내부에서 그의 정치역량을 두고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민주당전국위원회(DNC) 회의장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연단에 올라 그간 바이든 행정부의 성과를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몇 주 안으로 내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 속에서, 두 사람이 다시금 정권 재창출에 힘을 합치겠다는 의미를 담은 상징적인 장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민주당원의 젊은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평가를 받는 해리스 부통령은 올해로 59세가 된다. 81세인 바이든 대통령의 약점인 '고령' 이미지를 상쇄할 중요한 파트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 지난 임기 동안 해리스가 부통령으로서 어떤 성과를 냈는지 알 수 없다는 평가와 함께, 그가 과연 대통령의 후계자 역할을 맡아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지적했다.

엘리자베스 워런(민주·매사추세츠) 연방 상원의원은 지난달 27일 보스턴 공영 라디오 GBH뉴스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면서도 해리스 부통령의 출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워런 의원은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러닝메이트가 돼야 하느냐는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그의 팀에서 편할 수 있다면 그 방법을 정말 따르고 싶다"면서도 "그러나 그들은 한 팀이 돼야 한다"며 모호하게 답변한 것이다.

그는 곧장 "문제가 있다고 말할 의도는 없었다"고 덧붙였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불출마할 경우 유력 잠룡 중 거론될 정도로 당내 영향력이 큰 워런 의원이 현직 부통령에 대해 어정쩡한 반응을 보인 것 자체가 정가의 이목을 끄는 분위기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30일 보도에서 익명의 민주당 의원 십여명이 "해리스 부통령이 재선에 도전할만한 힘과 카리스마, 정치적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같은 부정적인 평가에는 지난 2021년 12월 선임 보좌관이자 대변인이었던 시몬 샌더스를 시작으로 부통령실 직원들이 열악한 근무 환경과 적은 진급 기회를 이유로 잇따라 사임한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도 있다.

또 해리스 부통령 본인의 잦은 말실수도 원인으로 꼽힌다고 텔레그래프는 짚었다.

해리스 부통령이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을 지낸 2014년에 5개월간 그를 보좌한 질 듀랜은 "많은 당원이 해리스의 실패하는 경향 때문에 그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말했다.

특히 해리스 부통령이 대본 없이는 말하는 것을 어려워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인기도가 하락했다는 것이다.

그는 "해리스에 대한 나의 비판 중 하나는 그가 준비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회의자료도 읽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당내 기류를 인식한 듯 백악관은 미국 권력서열 2인자로서 부통령의 입지를 굳히고 인지도를 높이려는 듯 그의 공개 행보를 늘리는 모습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1일 테네시주 멤피스의 한 교회에서 열린 경찰관들의 무차별 폭행으로 숨진 흑인 청년 타이어 니컬스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그는 추모사에서 "미 부통령으로서 의회가 조지 플로이드 법안을 지체 없이 통과시킬 것을 촉구한다"며 "이는 타협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오는 17∼19일 독일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에 미국 대표 자격으로 참석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논의한다.

그러나 당내 잠룡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면서 해리스 부통령의 입지는 여전히 탄탄하지 않은 분위기다.

워런 의원과 함께 민주당의 차기 대권 주자 중 하나로 꼽히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최근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 정책 문제를 비판하며 해리스 부통령을 정면 겨냥했다.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도 선거 자금을 모으면서 대선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듀랜은 바이든 대통령이 물러날 경우 "아무도 해리스에게 그 자리를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캘리포니아주 민주당 전략가 해리 사우스는 해리스 부통령이 역대 전임자들과 비교했을 때 낮은 지지율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우스는 "해리스는 정확히 말하자면 따뜻하거나 에둘러 말하는 편이 아니었던 딕 체니(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부통령)를 포함해 3명의 직전 부통령들보다 기본적으로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재임 약 2년만인 지난 1월 중순께 40%였다.

이는 같은 기간 그의 전임자인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트럼프 행정부 시절) 보다 약 14%포인트, 바이든 전 부통령(오바마 행정부 시절)보다 17%포인트, 체니 전 부통령과 비교하면 무려 44%포인트 낮은 수치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대선에서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출마할 의사를 거듭 밝혀왔다.

미국에서 부통령이 차기 선거전에서 낙마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많지 않다. 다만 프랭클린 루스벨트(제32대·1933∼1945 재임) 행정부는 총 3명의 부통령을 배출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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