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가스레인지 인체유해' 논란에 가전업계 인덕션제품 늘린다
(서울=연합뉴스) 임상수 기자 = 미국에서 가스레인지 인체 유해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미 가전업계가 전기 인덕션 제품을 늘리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GE어플라이언스는 올해 선보일 전기레인지 28종 가운데 절반을 인덕션 모델로 채우는 등 인덕션 모델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하이얼이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 부문을 인수해 설립한 GE어플라이언스는 현재 판매 중인 전기레인지 중 인덕션 모델의 비중이 36% 수준이다.
유명 레인지 브랜드인 바이킹도 2009년부터 인덕션 전문업체 3곳을 인수하는 등 인덕션 관련 투자와 제품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벤처업계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인덕션 개발이 한창이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임펄스 랩스는 배터리로 작동하는 인덕션을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 2천500만 달러(약 312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 회사는 뉴욕처럼 전기 배선이 100년 전에 설치된 지역에서는 인덕션 설치를 위한 리모델링 작업에 어려움이 있어 자사 제품이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인덕션에 힘을 싣는 것은 지난달 미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가 일산화탄소 등을 배출하는 가스레인지의 인체 유해성을 고려해 사용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벌어진 논란과 무관하지 않다.
앞서 일부 연구에서도 가스레인지가 천식 등 건강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이산화질소, 미세먼지 등을 배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가스업계 단체인 미국가스협회(AGA)는 그런 연구가 잘못된 것이며,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논란이 확산하자 CPSC는 이후 연방정부 차원의 가스레인지 금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사용금지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언급했으나,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등 대도시들은 신축 주택에 한해 가스레인지 설치를 금지한 법률을 제정했다.
사실 인덕션은 수십 년 전부터 미국 시장에 나와 있었지만, 다른 제품들에 비해 비싼데다 주변에 새로 전기 콘센트를 설치해야 하고 이에 적합한 냄비 등을 별도로 사야 하는 등의 불편 때문에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월풀과 LG전자, 삼성전자 미주법인 등이 소속돼 있는 미 가전제조사협회(AHAM)에 따르면 최근 연간 소매업체나 건축업자 등에 배송된 레인지 가운데 전기레인지가 60%, 가스레인지가 40% 정도를 차지했다.
지난해 인덕션 모델은 2021년보다 40%가 늘었으나, 여전히 전기레인지 시장의 2.7%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다만 오븐이 없는 전기레인지(쿡톱) 시장에서 인덕션의 점유율은 31%로 전년보다 6%포인트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미 정부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전기레인지 신규 구입과 관련 배선 공사에 최대 840달러(약 105만원)와 2천500달러(약 312만원)를 각각 지원하는 등 전기레인지로의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가스레인지 논란이 곧바로 인덕션 등 전기레인지 시장의 성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가전 판매업체인 앱트 가전의 존 앱트 사장은 WSJ에 "오븐을 리모델링하는 10명 중 9명은 그전에 쓰던 것으로 교체한다"고 전했다.
nadoo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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