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 격추' 발끈 中, 뾰족수 난감…"시진핑 운신의폭 좁을 것"

입력 2023-02-06 09:55
수정 2023-02-06 10:58
'풍선 격추' 발끈 中, 뾰족수 난감…"시진핑 운신의폭 좁을 것"

NYT "강한 불만과 항의 표현했으나 일 더 키우려는 건 아닌듯"

난징대 교수 "작은 탁구공서 시작한 양국관계, 큰 풍선공으로 위기"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 정부가 자국 영공에서 중국 정찰풍선으로 지목한 비행체를 격추한 데 대해 중국이 강하게 항의하면서도 대응 방책이 마땅치 않은 상태라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분석했다.

NYT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해당 정찰풍선이 민간 기상관측용 비행선이었으나 강풍으로 미국 본토까지 날아간 것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격추에 대한 "강한 불만과 항의"를 미국 측에 표현했으나 실질적인 대응은 어려운 실정이다.

중국 외교부는 5일 성명을 내고 "중국 측은 미국 측에 이번 사건을 침착하고 전문적이고 절제된 자세로 적절히 다뤄 달라고 명확히 요구했다"며 "미국이 무력을 사용해야겠다고 고집하는 것은 명백히 과잉반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 측이 미국 측의 정찰풍선 격추에 대해) 추가 대응을 할 권리를 갖고 있음을 밝힌다"고도 했다.

중국 국방부도 성명에서 미국 측의 과잉조치에 엄중히 항의한다며 "(우리는) 유사한 여건에서 필요한 수단을 사용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입장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대응을 정하는 것은 까다로운 일이라고 NYT는 논평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아시아태평양 정책 담당 대통령 특별보좌관을 지낸 에번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NYT에 중국의 지정학적 운신의 폭이 매우 좁다며 "들켜버렸는데 갈 곳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이 미국 등 다른 주요 국가들과 관계를 개선하기를 원하는 이 시점에 이 사건이 발생해 더욱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 메데이로스 교수의 설명이다.

중국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미국이 중국 정찰풍선을 격추시킨 데에 분노하면서 미국과 맞서라고 촉구하는 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작년 말 코로나 19 방역정책을 갑작스럽게 완화한데다가 부동산 위기까지 겹쳐 경제가 어려운 형편이다. 또 미국이 첨단 반도체 등 고급 기술을 중국에 팔지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이 미국과의 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일은 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스탠퍼드대 프리먼 스폴리 국제학연구소 연구원인 오리아나 스카일라 매스트로는 "중국이 이번 사건을 크게 문제삼는다면 중국 입장에서 매우 나쁜 전략적 행보가 될 것"이라며 "흥분하면 할수록 중국 측 주장의 신빙성이 낮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NYT는 또 중국 외교부 성명 등의 표현 선택을 살펴보면 이번 다툼이 더 커지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 측이 미국의 풍선 격추에 대해 '국제 관행 위반'이라고는 했으나 '국제법 위반'이라고 하지 않은 점이 주목되며, "관련 기업의 정당한 권리와 이해관계를 옹호할 것"이라고 함으로써 중국 정부가 이 풍선을 보내지 않았다고 강조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는 것이다.

NYT는 호프스트라대의 법학 교수이며 국제법 관련 중국 전문가인 줄리언 쿠의 설명을 인용해 이렇게 분석했다.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50여년 전에 우리 관계(미국과 중국의 관계)의 해빙(解氷)은 핑퐁(탁구) 외교로 시작됐다"며 "(미중 관계의 해빙) 시작은 조그만 공이었고, 이제 우리 관계는 큰 공, 즉 풍선 때문에 위기에 처했다"고 NYT에 말했다.

미국은 지난달 28일 자국 북동부 알래스카주 상공인 베링해의 알류샨 열도 위로 이 풍선이 지나가는 것을 발견했으며, 정찰풍선의 움직임을 추적하다가 지난 4일 남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해안 18∼20km 상공에서 사이드와인더 공대공 미사일로 이를 격추했다.

중국 정찰풍선이 미국 본토 영공을 지나고 있으며 미국 정부가 이를 파악했다는 사실은 지난 2일 처음 일반에 공개됐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당초 베이징 방문을 위해 3일 밤 출발할 계획이었으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출발 당일에 계획을 연기했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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