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영공 침범한 정찰풍선 안 터뜨린 이유는…남중국해 의식?
전 NATO 사령관 "남중국해 상공 비행할 미 항공기 우려한 것"
미 고위 당국자 "격추 위험 충분히 낮추지 못해" 주장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중국의 것으로 보이는 정찰풍선(surveillance balloon)이 본토 상공을 휘젓고 다니는 상황에서도 미국이 정작 이를 격추하지는 않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현지시간) 더타임스와 뉴스네이션 등에 따르면 미 당국은 잔해로 인한 피해를 우려해 격추 계획을 접었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솔깃한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최고군사령관을 역임한 필립 브리들러브는 미국이 풍선을 실제 격추했더라도 손실은 거의 없었을 것이란 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미국이 풍선을 떨어트리지 않기로 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브리들러브는 미국 영공에 있다는 이유로 중국의 풍선을 격추한다면, 남중국해 상공을 지나는 미국의 비행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이러한 분쟁 지역에서의 격추 프로세스가 개시되기를 원치 않는다는 배경이 깔려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약 90%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미국과 마찰을 빚어왔는데, 풍선에 대한 미국의 공격이 중국에 일종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앞서 미국은 1일 몬태나주 상공에서 풍선 격추를 검토하며 한때 F-22 전투기까지 동원했다가 계획을 취소했다. 격추로 인해 지상에 잔해가 떨어져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미국의 한 고위 당국자는 더타임스에 "우리는 해당 지역 주변 영공을 확실히 비우고자 했다"며 "하지만 보호조치를 취한 뒤에도 위험을 충분히 낮추지 못했다고 판단해 격추 결정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풍선이 민간 항공기 비행경로보다 높은 위치에서 떠다니고 있어 주민들에게 즉각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격추를 하지 않는 이유로 꼽았다.
패트릭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풍선은 상업용 항로보다 높은 고도에 있고 지상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군사적 또는 물리적 위협도 끼치지 않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브리들러브는 "국방부가 현시점에서 풍선이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은 다소 이해하기 힘들다"며 "그들이 새로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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