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산업 경기 악화…"제품 가격 인상에 소비자 부담 커져"
지난해 4분기 경기지수 하락 전환…고물가·고금리 속 소비심리 위축
올해 1분기 경기 전망지수도 하락…식품 기업들 실적 부진 전망
연초 식품 가격 잇따라 인상…"원자재 가격 상승 올해부터 본격 반영될 수도"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식품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을 반영해 제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자 소비자 부담이 커져 한동안 개선세를 보이던 식품산업 경기가 결국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자·우유·빵 등 각종 식품 가격이 오르면 이를 찾는 소비자들의 손길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지금은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부담 등으로 가처분소득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2 식품산업경기동향조사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식품산업 경기 현황지수는 87.4로 전 분기 대비 7.3포인트 하락했다.
지수는 분기별로 음식료품 제조업체 표본집단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추출한 결과로 수치가 100을 넘으면 전 분기보다 경기가 호전했다고 보는 업체가 많다는 의미이고 100 미만은 반대를 뜻한다.
식품산업 경기 현황지수는 지난해 1분기 83.9에서 2분기 89.8, 3분기 94.7로 상승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4분기 하락세로 전환했다.
지난해 4월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와 원자재 가격·환율 상승을 반영한 제품 가격 인상으로 식품 기업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하며 경기 현황지수도 3분기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고물가·고금리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제품 가격마저 오르자 갈수록 소비 심리가 위축됐고 결국 4분기에 하락 전환했다. 한국은행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1월 105였던 수치가 12월에는 90으로 크게 떨어졌다.
aT는 보고서에서 "사업체 경기를 결정짓는 주요 지표가 매출이며 매출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는 판매량과 가격임을 고려했을 때 지난해 3분기까지 경기 지수가 개선된 것은 판매량보다는 판매 가격 상승의 효과"라고 진단했다.
이어 "하지만 오히려 판매 가격 급등이 수요 감소로 이어져 매출 상승 효과가 오랜 기간 지속하지 못해 4분기에는 경기가 하락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식품산업 경기는 올해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가격뿐만 아니라 전기·가스요금과 인건비, 물류비 등 제반 경비가 상승해 최근에도 식품 가격 인상이 잇따르고 있고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제과[280360]는 이달부터 빙과류와 과자류 등 일부 제품 가격을 순차적으로 올리고 빙그레[005180]는 아이스크림 가격을, 해태제과는 일부 제품 가격을 각각 인상한다.
파리바게뜨는 이달부터 95개 품목 가격을 평균 6.6% 올리고 롯데리아는 제품 판매 가격을 평균 5.1% 인상한다.
또 LG생활건강[051900]의 코카콜라 캔 제품 가격과 롯데칠성음료의 펩시콜라 캔 제품 가격이 오르는 등 음료, 빙과, 빵 가격이 새해 들어 줄줄이 인상됐다.
올해 1분기 식품산업 경기 전망지수도 91.1로 전 분기 대비 8.2포인트 내렸다.
지난해 2분기 96.9에서 3분기 98.1, 4분기 99.3으로 상승세를 보이다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식품기업들은 원자재를 6개월이나 1년 전에 선물 가격으로 미리 사두는 경우가 많은데 지난해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반 급등했던 원자재 가격이 올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면 식품기업들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제품 가격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식품기업 관계자도 "지난해는 그나마 선방했는데 올해는 1분기부터 실적이 꽤 좋지 않을 것 같다"며 "가격이 오르면 소비가 줄 수밖에 없고 이런 경우 계속 찾던 제품만 찾는 경향이 있어 제품별로 1등 기업들만 살아남고 그 외 기업들은 실적이 부진한 양극화를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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