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때나 보던 수상한 풍선 美영공 출현에 발칵…'中 목적' 의문

입력 2023-02-03 16:13
수정 2023-02-03 17:47
냉전때나 보던 수상한 풍선 美영공 출현에 발칵…'中 목적' 의문

"美 통신·레이더망 등 자료수집 가능성"…"위성보다 시간 제한 덜해"

캐나다도 "두 번째 사건 발생 가능성 감시 중"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중국이 띄운 것으로 보이는 정찰 풍선(Spy ballooon)이 미국 영공을 제집처럼 휘저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중국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과거에도 중국의 정찰 기구가 발견된 적이 있다. 하지만 2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따르면 이번 기구는 과거와는 다른 특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고 한다.

익명의 미 국방부 당국자는 "이번 (풍선은) 더 긴 시간 동안 머무르고, 과거 사례보다 훨씬 끈질겨 보인다"면서 이것이 다른 사례와 구별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이 풍선을 띄웠다면 어떤 목적이었을지는 현 시점에선 명확하지 않다.

다만, 최초 목격된 몬태나 주(州)에는 미국의 핵무기 지상 격납고 중 한 곳이 있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풍선의) 항적이 몇몇 민감한 장소를 지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시설에 대한 항공관측은 저궤도 위성으로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중국이 굳이 정찰 풍선을 미 본토에까지 진입시켰다면 다른 목적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호주 그리피스대 아시아연구소(GAI)의 피터 레이튼 연구원은 문제의 풍선이 미국 통신체계 및 레이더망과 관련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체계 일부는 전달거리가 짧고 매우 지향성이 강한 동시에 대기에 흡수될 수 있는 극도로 높은 주파수를 이용한다. 풍선은 그런 특정 기술과 관련해선 위성보다 나은 (정보) 수집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공군 퇴역 장교 출신의 CNN 군사 애널리스트 세드릭 레이든은 "(풍선이) 신호정보(SIGINT)를 모으고 있었을 수 있다. 그들이 휴대전화와 무선 트래픽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위성을 중계기 삼아 실시간으로 중국 본토로 보내졌을 수 있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사건이 미국·소련 냉전기까지 널리 쓰였으나 첩보위성에 밀려 사라지는 듯했던 정찰용 기구를 다시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값싸고 쉽게 날릴 수 있는 데다 전자기술 발달로 크기가 작아진 탓에 느린 속도에도 불구하고 탐지하기가 의외로 어려워서다.



지구를 공전하는 까닭에 움직임을 예측하기 쉽고 정지위성이 아니라면 지표면을 내려다볼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는 첩보위성과 달리, 장시간 목표물 주변을 배회하며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미국 보수성향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크레이그 싱글턴 연구원은 정찰용 풍선이 첩보수집과 미사일 위협 감지, 통신 감청 등 다양한 목적에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 국방부는 중국이나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조기탐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작년 '고고도 풍선' 관련 예산을 증액했다. 중국도 최근 해발 9천32m까지 비행 가능한 기구를 개발했다고 밝히는 등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싱글턴 연구원은 "우리는 강대국간 경쟁이 재개되면서 냉전기에 쓰였던 도구가 다시 쓰이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의 정찰용 풍선은 아직도 미국 상공을 떠돌고 있으며, 미 당국은 풍선의 움직임을 추적 중이다.

이번 사건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불거졌다.

WSJ은 익명의 정부 당국자를 인용, 미 국무부가 주미 중국 대사를 초치해 "명확하고 냉엄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캐나다 국방당국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과 협력해 첩보용 풍선의 동향을 추적하고 있다면서 "두 번째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을 감시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캐나다 정보기관들이 미국 측과 협력하고 있으며, 캐나다의 민감한 정보를 외국 첩보기관의 위협에서 지키는 데 필요한 모든 조처를 지속해서 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