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업체, 미얀마 쿠데타정권 거들며 돈벌이"
가디언 탐사보도…군부 독재정권에 외화벌이 지원
미얀마 인권단체 "전쟁범죄·반인류범죄의 공범" 비판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글로벌 석유기업이 시민 학살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는 미얀마 쿠데타 정권을 돕고 거액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간지 가디언은 미얀마 군부정권에 대한 글로벌 석유기업들의 납세자료 등을 분석해 1일(현지시간)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미얀마 유전, 가스전에 시추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미국, 아일랜드, 영국 등지의 계약업체들은 2021년 쿠데타 뒤에도 성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사례를 보면, 미국의 석유·가스 정제 서비스 업체 할리버튼의 싱가포르 자회사 미얀마에너지서비스는 2021년 2월 쿠데타 후 8개월 동안 세전 이익 630만 달러(약 77억원)를 챙겨갔다.
미국 휴스턴에 있는 석유 서비스 업체인 베이커 휴스의 미얀마 지사는 2022년 3월까지 6개월 동안 264만 달러(약 32억원)에 달하는 세전 이익을 올렸다.
한국의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쉐 가스전 사업, 태국의 PTTEP가 운영하는 야다나 사업과 조티카 사업, 태국 업체 걸프페트롤리엄이 운영하는 예타군 사업 등도 거론됐다.
가디언은 글로벌 업체들의 이 같은 서비스가 미얀마 내 유전, 가스전의 최대 지분을 보유한 미얀마석유가스공사(MOGE)의 영업에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미얀마 쿠데타 정권은 MOGE를 통해 유전, 가스전 이익 상당 부분을 가져갈 뿐만 아니라 사업에 참여한 글로벌 업체에서 세금, 로열티도 거둬들인다.
미얀마 정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석유, 가스 산업은 미얀마의 최대 외화벌이 수단이며 2022년 3월 31일까지 6개월 동안 벌어들인 자금은 17억2천만 달러(약 2조1천억원)에 달한다.
글로벌 업체들의 이 같은 거래는 미얀마 정권이 저지르는 만행과 그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볼 때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얀마 군부는 2021년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실권자이던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감금하고 선거를 통해 수립된 민주주의 정권을 무너뜨렸다.
쿠데타 정권은 독재 철권통치를 유지하며 민주화 운동에 나선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해 내전에 가까운 유혈사태를 초래했다.
미얀마의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시위 과정에서 군부에 살해된 시민이 2천940명이 넘는다.
톰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은 미얀마 군부가 전쟁범죄, 인류에 대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규탄했다.
유럽연합(EU)은 이 같은 만행을 이유로 들어 MOGE를 제재했다. 미국 국무부도 MOGE 등과 거래하는 등 미얀마 내에서 사업을 할 때 상당한 위험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얀마 인권단체 저스티스 포 미얀마(JFM)의 대변인 야다나르 마웅은 글로벌 에너지 업체들에 개탄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업체들이 불법적인 미얀마 군부정권에 돈을 대는 산업에 개입해 자신들 손에 피를 묻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국제사회의 인권 의무를 저버렸으며 군부정권이 자행한 전쟁범죄, 인류에 대한 범죄의 공범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