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가 여자월드컵 후원?…개최국 호주·뉴질랜드는 "반대"
FIFA-사우디 관광청 파트너 스폰서 체결 소식에 "실망과 우려"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국제축구연맹(FIFA)이 사우디아라비아 관광청과 올해 열리는 여자월드컵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나오자 개최국인 호주와 뉴질랜드가 이를 반대한다며 FIFA에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2일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 등에 따르면 호주와 뉴질랜드 축구협회는 FIFA에 서한을 보내 "사우디 관광청과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에 심각한 실망과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호주와 뉴질랜드는 수십 년간 양성평등을 가장 중요시 했고 이러한 이상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라며 "사우디 관광청과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대회의 명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이 가져올 수 있는 파장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양국 축구협회는 또 각각 성명을 통해 FIFA가 개최국과 상의하지 않고 결정한 것에 매우 실망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영국 일간 가디언은 사우디 관광청의 브랜드인 '비지트 사우디'(Visit Saudi)가 2023 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에서 아디다스, 코카콜라, 비자 등 국제 브랜드와 함께 가장 높은 등급인 파트너십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FIFA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AP통신은 "월드컵 개최국과 FIFA가 이처럼 대립하는 일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이번 일로 사우디의 일명 '스포츠 워싱'(sports washing) 투자에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고 전했다.
두 나라가 사우디와의 스폰서 계약을 반대하는 것은 사우디가 대표적인 여성 인권 탄압국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사우디 여성들은 결혼하거나 감옥에서 풀려날 때, 심지어 성·생식기 관련 의료 서비스를 받을 때 모두 남성 보호자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여성 차별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사우디는 각종 스포츠 이벤트에 대거 투자하면서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어내기 위한 '스포츠 워싱'을 시도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제앰네스티 호주 지부의 니키타 화이트 활동가는 "사우디의 여성 인권을 고려할 때 사우디 관광 협회가 세계에서 가장 큰 여성 스포츠 행사를 후원하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여자 월드컵은 7월 20일부터 1개월간 호주와 뉴질랜드 9개 도시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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