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불출마 압박에 디샌티스 발끈…美 공화 대선 신경전 가열
"출마하면 不忠" 트럼프 언급에 디샌티스 "어떤 후보보다 고득표로 이겨"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2024년 대선에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내 유력 경쟁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에게 "출마하면 불충(不忠)"이라며 불출마를 압박하자 디샌티스 주지사가 반발했다.
트럼프와 디샌티스 주지사간 신경전에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놓고 공화당 내 의견이 갈라지고 있고,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도 대선 출마를 예고하는 등 공화당의 대권 경쟁 열기가 점차 가열되고 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른바 불충 발언과 관련, 전날 "나는 재선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플로리다주 역사상 어떤 공화당 주지사 후보보다 높은 득표율로 이겼다"고 말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디샌티스 주지사의 이 발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불충 발언뿐 아니라 코로나19 대응 비판에 대해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기자회견 중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 "수년간 많은 사람이 모든 각도에서 나를 공격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발언을 정치적 공세로 몰아세웠다.
그러면서 "당신이 선출된 사람이면 당신은 결정을 내려야 하고 배를 조종해야 한다"며 "좋은 점은 사람들이 당신을 다시 뽑든 아니든 간에 그것에 대해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비판과 달리 자신의 코로나19 대응이 평가를 받으면서 압도적인 득표로 재선에 성공했다는 점을 부각한 발언으로 분석된다.
앞서 지난달 28일 뉴햄프셔주 방문을 시작으로 사실상 선거운동에 들어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디샌티스 주지사가 지난 2018년 자신의 지원 덕분에 주지사로 처음 당선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그를 당선시켰다"면서 "그래서 디샌티스가 (2024년 대선에) 출마할 수도 있다는 얘길 들었을 때 나는 그것이 매우 충성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했다"며 사실상 불출마를 압박했다.
또 대통령 재직시 발생한 코로나19에 대응해 각종 제한 조치를 했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州)를 폐쇄하지 않은 공화당 주지사가 있다.", "(대응) 기조를 수시로 바꿨다"라고 말하면서 디샌티스 주지사의 코로나 대응 방식도 문제 삼았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코로나19 대유행 때 학교 수업 재개, 백신 접종 반대 등 연방정부의 조치와는 다른 행보를 한 바 있다.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불충 발언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존 코닌 상원의원(텍사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불충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뒤 "디샌티스는 중요한 주에서 인상적인 재선 선거운동을 했다"면서 "우리는 새 피가 필요하고 디샌티스도 출마 자격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고 의회 전문매체 더힐이 보도했다.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와이오밍)도 "이는 불충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미국을 위한 미래 어젠다를 가장 잘 표현하는 사람이 공화당 경선에서 나타날 것이고 그가 누구일지 정해진 결론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우리는 트럼프 정책은 좋지만 새로운 사람을 원한다'는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느냐"면서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없이 트럼프 정책은 없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엄호했다.
이런 가운데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는 이달 15일 대선 출마 선언을 예고하는 등 다른 군소 주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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