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피습 英작가 루슈디, 신작 홍보행사에 안나설 듯
소설 '빅토리 시티' 2월 7일, 9일 美·英서 차례로 출간
"작년 8월 테러 뒤 아직 회복 중"…트위터로 대신 인사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흉기 공격을 받고 회복 중인 영국 유명 작가 살만 루슈디(76)가 곧 출간될 신작 홍보 행사에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루슈디의 출판 대리인 앤드루 와일리는 루슈디가 오는 7일 미국에서 처음 공개될 소설 '빅토리 시티' 출간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와일리는 "루슈디가 회복하고 있지만, 신작 홍보를 위해 공개석상에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악마의 시' 작가인 루슈디는 작년 8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문학 행사에서 강연을 준비하던 중 무대 위로 돌진한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목과 복부를 찔렸다.
그는 곧바로 지역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한 손을 사용하지 못하게 됐고, 한쪽 눈의 시력도 잃었다.
루슈디는 당시 공격을 당하기 전에 '빅토리 시티'를 이미 다 써놓은 상태였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 소설은 그가 수술 뒤 출간하는 첫 작품이다.
루슈디의 빈자리는 유명 작가들이 대신한다.
'빅토리 시티'가 영국에서 출간되는 9일에는 소설 '눈먼 암살자'로 부커상을 수상한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와 영국 베스트셀러 작가 닐 게이먼이 국제 문인 단체 '펜 아메리카', '펜 캐나다', '잉글리시 펜'와 함께 무료 온라인 홍보 행사를 연다.
21일에는 영국 브리스틀에서, 6월 1일에는 헌책방 마을로 유명한 영국 웨일스 헤이온와이에서 유명 작가와 언론인, 인권 활동을 동원한 이벤트가 열린다.
'빅토리아 시티' 출판을 맡은 미국 최대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는 "문화 예술 단체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이야기의 힘을 알리는 홍보 행사를 열 것"이라며 "루슈디의 독자들은 물론 신화와 역사, 여성 위인에 관한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전 세계 독자층과 마술적 사실주의 소설 팬들에게 닿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빅토리 시티는 14세기 남부 인도를 배경으로 하는 고대 산스크리트 서사시를 원작으로 하는 영웅 소설이다.
소설은 주인공인 9살 소녀 팜파 캄파나가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한 뒤 여신에게 알 수 없는 힘을 부여받고 '위대한 도시'(빅토리 시티) 비스나가를 일으키는 과정을 그린다.
루슈디는 행사 현장에 얼굴을 비추는 대신 트위터 등 온라인을 통해 신작 홍보에 나섰다.
그는 지난 15일 트위터 계정에 영국과 미국판 신작 표지 사진과 함께 출간 일정을 알리며 "얼마 남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루슈디를 공격한 하디 마타르(25)는 2급 살인미수 및 2급 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레바논 가정에서 태어난 마타르는 체포 직후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루슈디를 좋아하지 않는다"라며 "그는 이슬람을 공격한 자"라고 말한 바 있다.
루슈디는 1988년작 악마의 시에서 예언자 무함마드를 불경하게 묘사했다는 이유로 이슬람권의 거센 비난을 받으며 수십 년간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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