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 팔레스타인서 이스라엘 정착촌 확장 등 비판

입력 2023-02-01 01:52
美국무, 팔레스타인서 이스라엘 정착촌 확장 등 비판

이스라엘 강경책에 분노한 팔레스타인 달래기…추가 자금지원 등 발표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이 이스라엘에 이어 팔레스타인을 방문해 최근 잇따른 유혈 사태로 고조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긴장 완화를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31일(현지시간) 중동방문 3번째 목적지로 팔레스타인 중심도시 라말라를 방문한 블링컨 장관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을 면담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 자리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별도의 국가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지지 의사를 재확인했다.

특히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의 유대인 정착촌 확장 등을 두 국가 해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으며 비판했다.

그는 "(두 국가 해법을 위협하는 요소들에는) 정착촌 확장, 불법 정착촌(Outpost) 합법화, (팔레스타인 주민) 가옥 철거와 주민 추방, 성지의 역사적 지위 파괴, 폭력 선동과 묵인 등이 포함된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왔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두 국가 해법' 위협 요인 중에는 지난달 재집권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극우 정당들과 연정 협상 과정에서 수용해 주요 정책으로 못 박고 추진 중인 사안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또 네타냐후 정부에서 경찰을 관할하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은 동예루살렘 성지 방문을 강행하고, 성지 지위 변경을 공언해 아랍권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따라서 이날 발언은 팔레스타인을 일방적으로 압박하는 이스라엘의 극우 정치인들에게 자제를 촉구하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쪼그라드는 희망의 수평선'을 마주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팔레스타인에 선물 보따리도 풀어 놓았다. 유엔을 통해 5천만 달러(약 620억 원)를 추가로 지원하고, 팔레스타인 주민을 위해 4세대(4G) 이동통신 서비스도 제공하기로 했다.

블링컨 장관의 이런 행보는 이스라엘의 초강경 조치와 전쟁을 방불케 하는 이스라엘군의 수색 작전에 분노한 팔레스타인 주민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초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대원 등이 벌인 이스라엘 내 총기 난사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이스라엘군의 서안지구 내 테러범 색출 작전은 수백 명의 희생자를 유발했다.

또 지난 26일 서안 북부의 제닌 난민촌에서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대원과 주민 9명을 사살한 것을 비롯해 올해 들어서만 35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런 이스라엘군의 유혈 작전은 7명의 희생자를 낸 팔레스타인 청년의 유대교 회당 총기 난사 사건으로 이어지며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대해 아바스 수반은 "요즘 벌어지는 상황의 책임은 전적으로 이스라엘 정부에 있다. 그들은 '두 국가 해법'을 흔들고 합의 사항을 위반하는 관행을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전날 이스라엘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주요 장관들을 면담한 블링컨 장관은 높아진 긴장을 해소하기 위한 긴급한 조처를 촉구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우리를 두 국가 해법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어떤 것도 이스라엘의 장기적인 안보와 유대 민주 국가의 장기적인 정체성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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