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고교 교사 "홀로코스트 희생자 숫자 부풀려져" 발언 논란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의 한 고교 교사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을 부정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 등에 따르면 피에트로 마리넬리(67)는 지난 26일 밀라노의 스파치오 테아트로 89 극장에서 열린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 행사에서 "희생자의 숫자가 부풀려졌다"고 주장했다.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을 하루 앞두고 개최된 이날 행사에는 밀라노 각지에서 학생 200명 이상이 참석했다.
밀라노의 IIS 쿠리에-스라파 고교에서 법과 정치경제학을 가르치는 교사인 마리넬리는 무대에 오른 여배우 베아트리체 마르조라티가 홀로코스트 희생자 숫자를 말하는 순간, 객석에서 일어섰다.
마리넬리는 "그건 당신의 진실이다. 당신은 당신에게 편리한 말만 하고, 그 숫자를 완전히 부풀리고 있다"고 소리쳤다.
마르조라티가 "이것은 역사"라고 답하자 마리넬리는 "아니오, 그건 이념"이라고 말했다.
고교 교사가 커가는 세대들에게 홀로코스트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마련된 공개 행사에서 오히려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극장 관계자들이 마리넬리를 밖으로 데리고 나간 뒤 행사는 계속 진행됐다.
IIS 쿠리에-스라파 고교 교장은 행사가 끝난 뒤 극장과 학생들, 여배우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며 마리넬리의 의견은 학교 측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논란은 정치권으로 확대됐다.
제1야당인 민주당(PD)의 시모나 말페치 상원의원은 이날 대정부 질문에서 주세페 발디타라 교육부 장관에게 이 교사에게 어떤 조처를 할 계획인지를 추궁했다.
'라 레푸블리카'는 마리넬리의 페이스북 자기소개에 "매우 나쁜 악당, 흡혈귀들의 우두머리"라고 적혀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소개 글에 백신 접종 반대자, 동성애와 이슬람 혐오자를 추가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마리넬리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비난과 욕설 글이 쇄도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교사가 학교에 있다니, 우리 학교 시스템이 잘못됐다", "부끄러운 줄 알라", "교사직을 떠나길 진심으로 바란다"라고 적었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