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연금개혁 2차 반대시위 인파 더 늘어…"127만 vs 280만"(종합)
정부·노조 모두 시위 인원 늘었다고 파악…2월 7·11일 추가 파업
하원 상임위 연금개혁법안 상정…야당 수정안 7천개 제출 '맞불'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프랑스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 개혁에 반대하며 31일(현지시간) 250여개 지역에서 열린 제2차 반대 시위에 참여한 인파가 첫 번째 시위 때보다 늘어났다.
정부와 노동조합이 추산한 시위대 규모는 현저히 다르지만, 양측 모두 시위 참가 인원이 지난 19일 제1차 시위 때보다 규모가 커졌다는 평가에서는 의견이 일치했다.
내무부는 이날 프랑스 전역에서 연금 개혁에 반대하며 거리로 나온 사람을 127만명으로 집계했다고 밝혔다. 이는 첫 번째 시위 때보다 15만명 늘어난 수치다.
1차 시위 때 200만명이 집결했다고 자체 추산한 강경 좌파 성향의 노동총동맹(CGT)은 이날 280만명이 연금 개혁 반대 시위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12년 만에 연합 전선을 구축해서 정부의 연금 개혁 방침 철회를 촉구하며 이날 하루 파업을 했던 프랑스 주요 8개 노조는 2월 7일, 2월 11일 추가 파업을 결의했다.
수도 파리에서 열린 시위에 내무부 추산 8만7천, CGT 추산 50만명으로 가장 많은 인파가 모였고 마르세유, 보르도, 툴루즈 등 대도시 거리도 연금 개혁 반대 시위로 북적였다.
파리 이탈리 광장에서 보방 광장까지 이어진 행진은 비교적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검은 옷을 입은 일부 참가자들이 과격한 행동을 하자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7시 기준 파리에서 3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직을 총괄하는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은 이날 시위가 전반적으로 좋은 조건 속에서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파업으로 수도권을 다니는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 운행이 타격을 받고, 프랑스를 관통하는 기차 운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파리교통공사(RATP)는 일부 지하철 노선에서 열차 운행 횟수를 줄이거나, 출·퇴근 시간대에만 부분적으로 운영한다고 안내했다.
철도공사(SNCF)는 초고속 열차(TGV) 3개 노선 중 1개 노선만 정상 운행한다고 공지하며 여행을 계획했다면 취소, 연기하라고 권고했다.
항공 부문에서도 파업에 참여하면서 파리 오를리 공항 항공편 20%가 취소됐고, 에어프랑스도 단거리, 중거리 노선 10%를 취소했다.
토탈에너지 산하 정유 부문 노조 조합원 다수가 파업해 정유소가 문을 닫았고,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교사 절반도 파업에 동참했다.
프랑스 정부는 정년을 기존 62세에서 2030년까지 64세로 2년 늘려 연금 수령 시작 시점을 늦추는 방안 등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이 법안에는 연금을 100% 수령하기 위해 기여해야 하는 기간을 현행 42년에서 2027년까지 43년으로 늘린다는 내용도 담겼다.
정부는 지금 연금 제도를 손보지 않으면 적자의 수렁에 빠진다는 논리를 펴고 있으나, 노조와 야당은 다른 재원 마련 방안이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하원 논의 과정에서 연금 개혁 법안을 수정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지만, 정년 연장만큼은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못 박았다.
하원 상임위원회는 전날 연금개혁법안을 상정했고, 여기에 반대하는 좌파 연합 뉘프가 7천 개가 넘는 수정안을 제출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여당 르네상스 등 범여권은 현재 하원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갖고 있지만, 과반에 미치지 못해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야당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전체 577석 중 249석을 가진 범여권은 연금 제도 개혁 필요성에 공감해온 우파 공화당(LR)의 협조를 기대하고 있다. 공화당은 62석을 갖고 있어 힘을 합치면 과반 찬성표 확보가 가능하다.
만약 정부와 여당이 공화당 설득하지 못하더라도 정부는 헌법 특별 조항을 발동해 하원 표결을 생략한 채 연금 개혁 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연금 개혁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고, 노조의 파업을 지지하는 여론이 우세한 만큼 하원 표결 절차까지 생략하는 것은 정부에 부담일 수 있다.
run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