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없앤다…주주 확정전 배당액 먼저 결정
배당액 확정 후 배당받을 주주 결정…표준 정관 개정
3월 정기 주총서 정관 개정해 2023년 결산 배당부터 적용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미국 등 선진국처럼 주식시장 상장사의 배당액 규모를 먼저 확인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배당 제도가 개편된다.
이는 불투명한 배당 제도가 한국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법무부와 함께 이런 내용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배당 절차 개선 방안을 31일 발표했다.
상장사들은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개정해 배당 기준일을 변경해 이르면 2023년 결산 배당부터 개선된 절차를 적용하게 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게 배당액을 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배당 절차가 개선되면 글로벌 투자자의 자금 유입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증시의 낮은 배당 성향이 점차 개선돼 자본시장을 통한 지속적인 현금흐름 창출이 가능해지면서 단기 매매 차익 목적의 투자 대신 장기 배당 투자가 활성화돼 증시 변동성도 완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상법 유권 해석과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배당액을 보고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배당 절차를 개선할 예정이다.
현행 결산 배당 제도는 상장 기업들이 매년 12월 말에 배당받을 주주를 확정(배당 기준일)한 뒤 다음 해 3월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결정하고 4월에 지급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순서를 바꿔 배당액이 확정된 이후에 배당을 받을 주주가 결정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할 방침이다.
의결권 기준일과 배당 기준일을 분리해 주총일 이후로 배당 기준일을 정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유권 해석을 할 계획이다.
상장사의 분기 배당 절차도 먼저 배당액을 확정하고 나중에 배당 기준일을 정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 개정이 추진된다.
이럴 경우 배당을 결정하는 이사회 결의일 이후로 배당 기준일을 정할 수 있으며, 다만 배당금 지급 준비 기간이 부족할 수 있어 지급 기간은 기존 20일에서 30일로 연장할 방침이다.
배당과 관련한 기존 관행도 개선된다.
상장사들이 배당 개선 사항을 반영한 표준정관 개정을 도입하도록 하고, 거래소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배당절차 개선 여부를 공시하도록 하는 등 기업들이 개선된 배당 절차를 자발적으로 채택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향후 회사별로 배당 기준일이 다양하게 운영될 수 있어 상장사의 배당기준일 통합 안내 페이지도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가 이처럼 배당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은 '깜깜이 배당' 관행으로 배당 투자가 활성화되지 못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의 배당 성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배당 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은 20.1%로 미국(40.5%), 영국(45.7%), 일본(36.5%)에 비해 크게 낮았다.
또한, 배당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배당률도 낮아 장기 투자 환경이 조성되지 못했기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이 단기 매매 차익 위주의 거래에 집중하는 경향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배당 제도를 개선하면 투자자가 배당금 규모를 확인한 뒤 투자를 결정할 수 있어 배당 투자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또한, 배당금 결정일과 배당 기준일 간격도 줄어들어 투자자가 실제 배당금을 지급받는 시간이 단축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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