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대선에 발목잡힌 스웨덴·핀란드 나토 가입
"경제난에 재선 '먹구름' 에르도안, 외부로 관심 돌리려 '딴지'"
"'이슬람 수호자' 각인 위해 '쿠란소각 시위' 스웨덴 때리기도"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오는 5월 터키 대선에서 재선을 노린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 스웨덴과 핀란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합류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핀란드와 스웨덴은 오랜 군사 중립 노선을 철회하고 5월 나토 가입을 신청했고, 현재 30개 회원국 중 튀르키예·헝가리의 최종 동의만 남겨두고 있다.
튀르키예는 자국이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는 쿠르드노동자당(PKK) 등을 옹호한다는 이유로 두 나라의 나토 합류에 어깃장을 놓으며 줄다리기 협상을 벌여왔다.
나토는 튀르키예가 반대를 철회하고 두 나라를 나토 일원으로 조속히 받아들일 것을 희망하고 있으나, 수개월 앞으로 다가온 튀르키예 대선전에서 에르도안이 고전하면서 이런 희망은 점차 사그라들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올해 건국 100주년을 맞은 튀르키예는 당초 6월로 잡혀있던 대선과 총선을 1개월가량 앞당겨 5월 14일 치를 예정이다.
2003년 내각제 당시 총리에 취임하고 2014년 대통령이 돼 20년째 집권 중인 에르도안은 우크라이나전 국면에서 '중재자'로서 국제적 입지를 다졌지만 국내 사정은 녹록치 않다.
리라화 가치 폭락과 치솟는 물가상승 등으로 터키 경제가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을 뿐 아니라, 에르도안 대통령의 장기 집권에 염증을 내는 국민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야권 역시 에르도안의 장기집권 저지를 기치로 똘똘 뭉쳐 단일 후보를 내고 정책 연대를 꾀하는 등 반(反)에르도안 공동전선을 구축, 에르도안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국내에서 어려움에 직면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해외로 관심을 돌리려 노력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그가 순순히 동의할 것으로 기대하기란 더욱 힘들어졌다고 NYT는 짚었다.
튀르키예는 나토 가입 동의에 앞선 선결 조건으로 자국이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는 PKK 관련자 신병인도 등을 핀란드, 스웨덴으로부터 약속받았지만, 두 나라가 약속을 충분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결정을 미뤄왔다.
특히 전통적으로 쿠르드 난민들을 폭넓게 포용해온 스웨덴 내에서 최근 이슬람 경전인 쿠란 사본을 소각하고,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진을 대놓고 밟는 등 반(反)튀르키예 시위가 격화한 것은 또 다른 악재가 됐다.
튀르키예가 스웨덴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이 조속히 이뤄질 가능성은 더 옅어진 분위기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스웨덴을 향해 노골적인 못마땅함을 드러내며 지난 29일 핀란드의 나토 합류에만 동의하겠다고 시사하기도 했다.
에르도안이 이처럼 스웨덴에 강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스스로를 이슬람의 수호자로서 각인시키고, 종교적인 색채가 좀 더 짙은 자신의 지지층에 호소하려는 전략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외무장관은 이날 헬싱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웨덴과 함께 나토에 동반 가입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비스토 외무장관은 스웨덴이 외교·안보 정책에 있어 가장 가까운 동맹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스웨덴과 함께 나토에 가입하는 것은 그간에도 그랬고 지금도 핀란드의 강력한 열망"이라고 밝혀 스웨덴을 배제한 핀란드만의 나토 가입 가능성을 일축했다.
에르도안과 달리 터키 야권은 숫자도 많고, 스펙트럼도 다양하긴 하지만 대개 스웨덴, 핀란드를 포함한 나토의 확장에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NYT는 전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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