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대통령 당선인-대만 총통 통화…中 "엄정 교섭 제기"(종합)
대만 언론 "예상하지 못한 외교적 성공" 평가
(타이베이·베이징=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한종구 특파원 = 페트로 파벨 체코 대통령 당선인이 30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의 전화 통화에서 대만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연합보와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이 3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만 총통부는 전날 오후 6시(현지시간)께 차이 총통과 파벨 체코 대통령 당선인이 약 15분간 통화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차이 총통은 대만인과 정부를 대신해 파벨 당선인의 당선을 축하하면서 앞으로 대만과 긴밀한 파트너십 관계 추진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파벨 당선인이 런던대학교 동문이라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앞으로 대만과 체코의 양자 관계 및 지역 의제에 대한 광범위한 교류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파벨 당선인은 대만과 체코 양측이 자유, 민주주의, 인권 존중, 법치 등의 가치를 공유한다면서 대만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밀접한 교류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체코는 민주주의 체제에 굳건히 서서 대만이 역동적인 민주주의 제도의 유지와 권위주의의 압박을 받지 않는 것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 대만과 반도체 등 각 방면에서 협력 관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차기 정상 신분의 인물이 차이 총통과 전화 통화를 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앞서 2016년 12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이 총통과 통화를 했다. 차기 미국 정상 신분으로는 37년 만에 처음으로 대만 총통과 전화 통화를 한 것이었다.
연합보는 로이터 통신을 인용해 국교 관계가 없는 대만과 체코의 두 정상 간의 통화가 '심상치 않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파벨 당선인은 여러 차례 만류에도 중국의 레드라인을 밟아 중국의 내정을 간섭하고 중국 인민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며 "중국은 강력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시했으며 이미 체코 측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특정 사안에 외교 경로로 항의한 경우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마오 대변인은 그러면서 "파벨 당선인은 당선 전에는 여러 차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더니, 지금은 이랬다저랬다 한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아울러 "체코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정치적 약속을 지키고 효과적인 조치를 통해 이 사건의 부정적인 영향을 제거해 양국 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초래하지 않도록 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총리가 실권을 쥔 체코에서 대통령은 상징적인 수장이지만, 총리·헌법재판관·중앙은행 총재 임명권은 물론 외교와 관련해 발언권이 상당하다.
대만은 유럽 내 외교 거점 확보 차원에서 체코에 공을 들여왔고 체코도 화답했다.
앞서 2020년 8월 체코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는 중국의 반발에도 상원의장을 단장으로 대규모 방문단을 대만에 보냈고, 답방 차원에서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이 작년 10월 체코를 방문했다.
작년 12월 현재 대만의 정식 수교국은 14개국에 불과하며, 중국의 압박으로 수교국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2020년 11월에는 중미의 니카라과가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했다.
14개국 가운데 파라과이와 과테말라 이외에 태평양의 소국들이 대부분이며 유럽에선 바티칸이 유일한 수교국이다.
jinbi1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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