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채한도 상향 못하면…액면 1조짜리 백금 동전 나오나

입력 2023-01-30 00:30
수정 2023-01-30 02:54
美 부채한도 상향 못하면…액면 1조짜리 백금 동전 나오나

WP, 부채 한도 우회할 7가지 '꼼수' 소개…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백악관·공화당, 대치 계속…재무장관 "한도 상향 안 하면 금융위기"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 문제를 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하원 공화당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미국 전문가들은 정부가 합법적으로 신규 자금을 조달할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9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가 하원 공화당의 협조 없이도 부채 한도 자체를 우회할 7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발상 자체로 가장 이목을 끄는 방안은 재무부가 기념주화인 백금 동전을 액면 1조짜리로 발행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예치하는 것이다.

미국 법은 조폐창이 기념주화 판매로 수익을 얻는 것을 허용하면서 백금 동전의 액면 가치와 수량에 대해서는 재무부 장관에서 전권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다만 연준이 동전을 받을지 불확실하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지난 22일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연준이 동전을 받을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 의회조사국도 2021년 보고서에서 동전 발행이 재정과 통화 정책의 분리 원칙에 위배되며 의회의 권한과 미 달러에 대한 신뢰를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의회가 승인한 정부 예산을 법대로 집행하려면 부채 한도를 초과할 수밖에 없다고 선언하는 방법도 있다.

정부 예산을 집행하는 것도 대통령의 법적 의무이기 때문인데 이 경우 부채 한도와 정부 예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헌법 14조를 인용해 부채 한도를 무시할 수도 있다.

헌법 14조의 4항은 '연방정부의 공채(公債)는 꼭 갚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때문에 일부 학자는 의회가 부채 한도를 상향하지 않으면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로런스 트라이브 하버드법대 교수는 "헌법 14조 4항에 따르면 채무 불이행 위협 자체가 위헌이다. 국가는 채무를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하며 이것은 의견이 아니라 헌법에 분명히 명시된 내용"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금융 기법도 거론된다.

재무부가 만기가 없는 영구채를 발행하는 게 그 중 하나다.

영구채는 원금을 상환하지 않고 영구히 이자만 지급하는 채권이다.

부채 한도에는 원금 금액만 포함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정부가 영구채를 발행하면 한도를 늘리지 않고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재무부가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는 기존 국채를 구매해 부채 총액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저금리에 발행한 국채는 이후 연준이 금리를 거듭 인상한 탓에 현재 유통시장에서 액면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소(CEPR)의 선임경제학자인 딘 베이커는 "정부 재정 상황이 실제 더 나아지거나 나빠지지도 않는 순전한 회계 꼼수"라고 말했다.

재무부가 연준에 선금을 달라고 하는 방법도 있다.

연준은 연준이 보유한 국채에 지급되는 이자 수입을 정기적으로 재무부에 이전하는데 이전 시기를 앞당기면 정부 재정에 약간의 숨통을 틀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학자는 백악관이 국유지를 경매에 부쳐 당장 필요한 현금을 조달하고 부채 한도 문제가 해결된 이후 다시 사들이는 방안을 거론한다.

이 또한 일종의 시간 벌기다.

그러나 이런 방법 모두 일정 부분 금융·정치·법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어 백악관이 추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백악관은 정부 지출을 축소하라는 공화당 요구에 부채 한도 상향이 유일한 영구 해법이라고 맞서왔다.

옐런 장관은 전날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정부의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이런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는 금융 위기에 부닥칠 것이며 미국의 경기가 침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옐런 장관은 정부가 새 국채를 발행하지 못하면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고 경기 부양책을 활용할 여력도 없어진다면서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가 부채 한도를 상향할 방법을 찾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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