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교육당국 "학교, 중국에 대한 소속감 고취 교육 미흡" 지적
교단 떠나는 교사들…학생들 이탈도 이어져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교육당국이 학교들의 중국에 대한 소속감 고취 교육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9일 전했다.
홍콩 교육부는 지난달 발간한 연례 보고서에서 일선 학교들이 진행하는 국가 교육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특히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중국에 대한 소속감이나 중국의 안녕을 수호할 의무를 고취하는 데 실패했다며 그들의 노력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사들은 지식 교육에만 너무 집중하고 감성적인 수준에서 중국에 대한 소속감을 심화하는 데는 거의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홍콩 교육부는 2020년 6월 국가보안법이 시행되자 이듬해 2월 그와 관련해 학교 운영부터 학생들의 행동 지도에 이르기까지 학교 활동의 모든 면을 아우르는 지침을 일선 학교에 하달했다.
이에 따라 모든 초중고는 어떻게 국가안보를 수호하고, 어떻게 관련 과목을 가르치는지에 대한 자세한 사항을 매년 11월 교육부에 보고해야 한다.
다만 국제학교, 사립학교, 유치원은 보고서 제출 의무를 면제했다.
SCMP는 일선 학교가 제출한 약 100개의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학교들이 저마다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트리는 일에 관해 경각심을 유지하겠다며 각종 정책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그중에는 방과 후 수업 등 외부 서비스 제공업자들과의 계약 시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는 등의 상황이 벌어지면 즉시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거나, 교사들이 외부 서비스 제공업자들의 말과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고, 부적절한 발언을 사전에 교정하도록 교사들이 외부 강사의 강연 자료를 사전에 검토하도록 했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어떤 학교는 정치적 메시지나 함의를 담은 복장이나 외모의 사람은 출입 금지를 했다고 밝혔고, 또 다른 학교는 국가안보를 위협할 소지가 있는 특정 아홉 종류의 책을 도서관에서 치웠다고 밝혔다.
한 전직 중고등학교 교장은 SCMP에 "국가 안보 문제와 관련해 학교들이 현재 엄청난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다"며 "학교들이 제출한 보고서는 현재 홍콩의 정치적 기류 아래서 반드시 정치적으로 올바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학교는 교사들에게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규정하는 등 극단적 조치를 도입하는 데 있어 너무 나간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년여 홍콩에서는 많은 교사가 교단을 떠나고 있다.
홍콩 교육부가 지난해 5월 입법회(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2022학년도 공립학교와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학교에서 최소 4천50명의 교사가 이직했으며, 이는 전 학년도보다 70% 증가한 것이다.
당국은 교사들의 이직 사유가 다양하다고 밝혔으나 교육계에서는 상당수가 국가보안법 시행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또 지난 2년간 20만명이 홍콩을 떠나면서 학생들의 이탈도 이어져 국제학교와 인기 공립학교의 경쟁률이 떨어지고 있다.
2021~2022학년도에만 3만명 이상의 학생이 홍콩을 떠났고, 부촌 지역 학교일수록 학생 수 감소가 심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