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온 아동 이민자들, 정부 쉼터에서 인종 학대받아"
업저버 "납치에 협박까지…쉼터 중단 요구도 나와"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보호자 없이 영국에 온 아동 이민자들이 정부가 쉼터로 지정한 호텔에서 직원들의 인종적 학대와 폭력적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의 일요판 '업저버'가 28일(현지시간) 내부고발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영국 내무부가 아동 이민자 쉼터로 사용하는 서식스주 브라이턴의 한 호텔에서 1년 넘게 일했다는 내부고발자는 이런 학대가 일어나는 환경에서 부모나 보호자 없이 영국에 온 어린이 수십 명이 거리로 내몰리고 결국 범죄자들의 손에 넘겨지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 고발자는 호텔의 일부 어린이는 '잘못된 행동'을 하면 망명 신청이 거부될 것이라는 위협을 받았고, 어떤 아이들은 호텔 안에 며칠 동안 불법적으로 감금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아이를 '빌어먹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거나 '창밖으로 던져버리겠다. 네 나라로 꺼져라' 같은 말을 하는 것도 들었다"며 이런 부적절한 행동을 상부에 보고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 고발자는 이어 "이곳이 취약한 망명 신청자들이 머무는 곳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며 "이 호텔은 안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호텔에 있는 어린이들은 대부분 작은 배를 타고 영국으로 올 때 밀항업자들에게 많은 빚을 지기에 착취당할 위험이 매우 높고, 이런 상황이 어린이들이 호텔을 탈출하거나 납치되는 요인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내부 고발은 업저버가 1주일 전 다른 고발자를 인용해 브라이턴 호텔의 어린이 이민자 수십 명이 범죄조직에 납치돼 실종됐다고 보도한 데 이어 나온 것이다.
보도에서 고발자와 어린이 보호단체 소식통들은 브라이턴 호텔에 수용된 아동 이민자 수십 명이 호텔 밖에서 납치된 뒤 차량에 태워져 런던 등지로 옮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저버는 경찰이 그동안 내무부에 어린이 이민자 숙소가 범죄조직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여러 차례 경고했음에도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지난 18개월간 서식스주를 거쳐 간 어린이 이민자 800여 명 중 136명이 실종됐고 이 가운데 79명은 여전히 행방이 묘연하다고 전했다.
범죄조직의 어린이 이민자 납치 폭로에 이어 터져 나온 임시 숙소에서의 인종적 학대와 폭력 소식으로 인해 리시 수낵 총리가 이 문제에 개입해 내무부의 불법적인 임시 숙소 운영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 이민자 숙소의 실태가 보도된 이후 100개 이상의 자선단체가 취약한 어린이들을 호텔에 수용하는 것을 중단하고 납치 및 학대 의혹 등을 공개 조사하라고 수낵 총리에게 요구했다.
그러나 내무부 측은 어린이 이민자들이 납치됐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며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내무부의 한 대변인은 "이런 주장과 관련해 어떤 신고도 접수되지 않았다"면서 "어린이들의 안녕이 최우선 순위이고 이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강력한 안전 조치가 마련돼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매우 신중하게 받아들이고 신속하게 조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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